3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큐아르(QR)코드를 이용해 방문 등록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원이 기본권을 내세워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제동을 걸자 대형마트 등 다른 시설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즉각 항고하는 등 법원 가처분 결정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나섰지만, 당장 자영업자 단체가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방역패스 불복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원의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업종의 방역패스를 보류해야 한다. 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동일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의대 교수를 비롯한 시민 1023명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다중이용 시설 전반에 대한 방역패스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백신 미접종자를 포함한 일부 시민들도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대형마트 등의 방역패스 역시 중단되길 기대했다. 오는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다자녀를 둔 한아무개(34)씨는 “모유 수유 문제 등으로 백신을 맞지 못했다. 가족 외식이 불가능하면 장이라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남지역에 사는 직장인 박고운(33)씨는 “배달이 쉽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쇼핑할 수 있는 마트에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사법부가 정부 방역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당현민(25)씨는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 확산 위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법원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방역패스는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논리를 확대하면 결국 방역패스는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단체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오호석 대표는 “마스크 착용을 전제로 하는 학원 등에서는 전염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어서 방역패스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식당·카페, 마트의 푸드코트에서는 방역패스가 필요하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이 다른 시설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방역패스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에 무게를 뒀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다른 시설에 대해선 현재 전반적으로 방역패스 자체가 필요하고 지금 위기 상황에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정부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인용 결정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3종의 특수한 환경과 주된 이용층이 청소년층이라는 요인들이 결합된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시설들에까지 확대될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 반장은 “방역패스 예외 대상이 협소하다는 지적에 따라 전문가들과 함께 개선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법 전문가 역시 방역패스 제동이 일부 교육시설 이외에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출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역의 관점에선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지만 법 관점에선 기본권이나 다른 법들과 함께 고려하다 보니 역학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 재판부의 인용문을 보면 학생들의 학습권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일반인의 다중시설 방역패스 적용까지 효력정지를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빈 고병찬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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