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21년 10월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제동을 걸자, 법무부가 보건복지부에 즉시항고를 지휘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가방역체계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보건복지부에 즉시항고를 지휘했다”고 5일 밝혔다. 행정부처가 제기하는 소송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항고란 판결이 아닌 법원의 결정이나 명령 등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불복 수단으로 보통항고와 달리 즉시항고는 집행정지 효력이 있다. 다만, 집행정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결정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학부모단체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가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에 포함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방역당국의 조처로 백신 미접종자의 학습권이나 신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방역패스는)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 집단에 대해서만 학원 ·독서실 등에 대한 접근 ·이용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2차 접종 완료자 집단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다 . 백신 미접종자의 학습권이 현저히 제한되므로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 ,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백신 접종자에 대한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만 그러한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며 “청소년에게 학원·독서실 등 이용을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법원 결정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즉시항고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법무부는 하루 만에 즉시항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사법부의 판단이니까 존중해야겠지만, 그 판단에는 조금 불만이 있다. 국민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하는데, 미접종자의 위험 부분에 대한 판단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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