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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11년째 끌어온 포스코 재판…대법, 선고 당일 재판 미룬 이유는?

등록 2022-01-04 16:46수정 2022-01-05 09:38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정용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지난달 30일 새벽 5시30분께 전남 광양시에서 조합원 100여명과 버스를 빌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으로 출발했다. 2011년 5월 처음 소장이 제출된 뒤 11년째 이어져온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대법원 선고가 이날 오전 11시에 예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 서울 톨게이트 입구를 통과한 오전 10시5분께, 정 지회장은 하청회사 노무팀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대법원 선고가 또다시 연기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11시30분께 대법원 앞에서 “처음 소송을 낼 때 태어난 아이가 1~2년 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대법원이 어떤 법리를 내세우건 재판 지연은 회사의 시간 끌기 전략에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11년째 이어진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 김재형·노정희·이흥구 대법관)가 선고 당일 기일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미룰 수는 있지만, 선고 당일 오전에 기일을 변경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의 근로자 지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었던 대법원은 오전 11시로 예정된 선고 기일을 이날 오전에 미뤘다. 금속노조 쪽은 포스코 쪽이 추가 서면을 제출해 선고가 연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쪽에서 대법원에 상고이유보충서를 냈기 때문이다. 포스코 쪽은 이날 상고이유보충서 내용을 묻는 말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선고 기일을 미룬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담당 재판부 외에는 변경 사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회사쪽이 의견서를 낸 뒤 선고 기일이 바뀐 것은 한차례 더 있었다. 대법원은 애초 지난해 11월25일 이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달 16일 포스코 쪽 법률대리인들이 ‘참고자료 제출서’와 ‘절차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면서 선고 기일이 지난달 30일로 바뀌었고, 이 마저도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김태욱 변호사는 “두차례 모두 선고 기일 직전에 회사가 서면을 제출하면서 선고가 연기됐다. 재판부가 지나치게 포스코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용식 지회장은 “대법원에 1차 소송이 올라간지 올해로 6년째다. 적어도 설날 전엔 선고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 사건 경험이 많은 김기덕 변호사는 “회사 쪽 의견을 법리적으로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 기일 변경을 못할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회사 쪽 의견서 제출이) 상당히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 회사 쪽이 선고 기일이 다가오면 갑자기 의견서를 제출해 급박하게 재판을 끌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타당한 기일변경이라도 당사자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적어도 하루 전에 기일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광주고법은 2016년 이 사건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 15명이 원청인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1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원청인 포스코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지휘 명령을 받고 포스코 사업조직에 편입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동자 44명이 참여한 2차 소송에 대해서도 광주고법은 지난해 2월 “포스코 소속 근로자와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실상 하나의 작업진단으로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7차까지 제기됐으며 소송 참여 인원은 모두 933명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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