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되는 각종 통계·실태조사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포함하도록 국무총리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지난 23일 제42차 상임위원회에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의결했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중앙행정기관(통계청·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및 지정 기관의 국가승인통계조사와 실태조사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 수립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의 입학 포기,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과 극단적 선택 등이 이어지면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가 조명됐다. 인권위는 통계 작성이 트랜스젠더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첫걸음’이라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이번 안건은) 트랜스젠더를 가시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이 정책 집단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규모부터 파악돼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위의 세차례 실태조사 외에 정부 차원의 트랜스젠더 실태조사·연구는 없다. 정부 정책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는 성별을 남녀 두 가지로만 응답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 등에도 트랜스젠더 관련 항목은 없다.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2022)’에도 성소수자 항목이 제외돼있다. 반면 외국에선 트랜스젠더 등 ‘제3의 성’을 포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국·프랑스·노르웨이·덴마크·캐나다 등은 트랜스젠더 포함 성소수자 인권 행동계획을 수립해서 시행한다.
아울러 인권위는 통계청장에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도 권고할 계획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국제질병분류에서 “성별불일치는 정신장애가 아니다”라고 관련 항목을 삭제한 바 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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