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없는 집에 미성년 자녀의 승낙으로 출입문을 통해 정상적으로 들어온 경우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10월 오후 미성년자인 ㄴ씨가 사는 집에 성관계를 목적으로 들어갔다. ㄱ씨와 ㄴ씨는 에스앤에스(SNS)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당시 집에 없었던 ㄴ씨 아버지는 ㄱ씨가 집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검찰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ㄱ씨가 집에 침입했다’는 ㄴ씨 아버지의 진술을 바탕으로 ㄱ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ㄱ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아버지와 공동생활하는 ㄴ씨가 주거 출입을 승낙해도 나머지 공동생활자인 아버지의 승낙이 없는 상태에서 주거지에 들어가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침입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동거주자 일부가 집에 없더라도 현재 거주하는 사람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 출입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다른 거주자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출입 승낙 주체인 공동거주자 대상에 권리능력 등이 제한되는 미성년자를 포함하게 될 때 나이와 판단 능력의 ‘하한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최근 변경된
주거침입죄 관련 판례에 근거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9월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 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공동거주자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남편 의사에 반해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37년만에 주거침입죄 판례를 변경했다. 그전까지는 공동거주자 가운데 한명의 승낙만 받고 집에 들어가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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