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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번도 못 외우는데 은행지점 없어지면…” 본점 찾아간 어르신들

등록 2021-12-16 16:49수정 2021-12-17 02:34

“키오스크 해봐도 몸이 안따라
통장 비밀번호도 못 외우는데”
어르신들 은행 본사앞 손팻말

서민 밀집지역 위주 폐쇄도 논란
“서류 떼러 부자동네로 가야하나”
16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폐쇄 규탄 주민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16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신한은행 월계동지점 폐쇄 규탄 주민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월계동에서 40년을 살았어요. 연금 수령하러 공과금 내러 계좌이체 하러 은행을 한 달에 두세번씩 가요. 키오스크도 연습은 해보지만 지금 와서 머리에 들어가나요. 안내음성이 나와도 몸이 따라주질 않는데...”(권성회·82)

신한은행이 내년 2월 노원구 월계동 지점을 통폐합하고 무인형 점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주민들이 16일 신한은행 본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었다. 손팻말에는 ‘은행에 배신감을 느낀다’, ‘기계와 사람이 공존하는 은행을 원한다’등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계동 지점 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앞서 월계동 지점에 ‘창구 남아라’, ‘폐점 안 돼’ 등의 문구가 적힌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폐점을 반대하는 집회 등을 벌여왔다.

대책위는 1987년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개점 이래 인근 아파트 주민 등 약 1만 세대가 해당 지점을 이용해왔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이 자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가상직원이 업무를 안내하고, 화상상담창구와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라운지’를 세울 계획이다. 디지털 라운지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돕는 컨시어지 직원도 상주한다. 월계동 지점이 사라지면 은행창구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약 2.8㎞ 떨어진 성북구 장위동 지점까지 가야 한다.

대책위는 “1만 세대 이용 은행이라는 점, 고령층 인구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직원들이 상주하는 창구가 운영돼야 한다”며 전날까지 주민 총 2232명이 반대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24년째 월계동에 거주 중이라는 김종현(65)씨는 “영화관에서 키오스크로 저녁 7시 영화를 예약하려고 해봤는데 오후 5시 좌석이 나온 적이 있다. 어떻게 하는지,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더라”라며 “통장 비밀번호도 다 못 외우는데, 돈과 관련된 업무를 디지털로 처리하다 실수하기는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번 사기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하면서, 갑자기 직원이 없어지면 노인들이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이은희(58)씨는 “자영업을 하는 저도 핸드폰을 잘할 줄 몰라 은행에 가는데, 어르신들은 어떻게 핸드폰으로 하겠나”라고 말했다.

‘디지털화에 따른 추세’라는 은행 오프라인 지점 폐쇄가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행 폐점과 관련해) 단체에 여러 군데서 전화가 온다. 특징은 부자 동네는 그냥 놔두고 서민들이 밀집해 사는 지역 아파트 등을 은행 입장에선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폐쇄 중이라는 것”이라며 “버스 타고, 택시 타고 부자 동네에 가서 서류를 떼야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씨티은행 영업점 통폐합 과정에서도 같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대책위는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은행의 무차별 폐점 행렬을 지켜만 보지 말고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17일 대책위와 주민간담회를 열어 폐점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오프라인 지점 폐쇄는 신한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11월 5대 시중은행인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203개 점포를 폐쇄했다. 이달에는 59개 지점이 문을 닫을 예정이고, 내년 1월에도 최소 72개 지점이 폐쇄될 예정이다.

김윤주 장현은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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