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아들과 등하교 박미라씨·사망한 아들 대신 박옥자씨
장애인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4년 동안 함께 등하교한 어머니와, 입학을 앞두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 교문에 들어서지 못했던 학생이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서강대는 21일 열리는 전기졸업식에서 박미라(49·사진 위 오른쪽)씨와 고 김형관(1997년 사망)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고 14일 밝혔다.
박씨는 근무력증과 근이영양증으로 근육이 굳어지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 김진석(25·지체장애 1급)씨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한 뒤 4년 동안 매일 휠체어를 밀고 등하교를 도왔다. 박씨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면역력 약한 아들이 혹시 배탈이라도 날까 도시락 챙기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사생활’은 아예 포기했다. 간암으로 병상에 있던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떠나보낸 아픔도 겪었다.
박씨는 “아들과 함께 꽃 피고 낙엽 뒹구는 캠퍼스에서 도시락 먹는 엄마가 어디 흔한가요. 게다가 대학졸업장까지 받게 됐으니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또 다른 주인공 김형관씨는 지난 97년 화학공학과에 합격했지만 수능 직후 발병한 백혈병이 갑작스레 악화돼 입학식 직전 세상을 떠났다. 김씨 어머니 박옥자(59·사진 아래)씨는 “형관이에게 명예졸업장을 준다는 서강대의 배려가 고맙지만 정작 졸업장을 받아야 할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아프고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살아있다면 졸업식을 축하해주었을 텐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형관씨를 떠나보낸 후 박씨는 아들이 고교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써온 습작시 200여편을 모아 〈하늘키재기〉란 제목으로 시집을 냈다. 그리고 이 시집 판매 수익금으로 매년 100만원씩 학교측에 장학금을 내놨다.
박씨는 “형관이 뜻을 살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계속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