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오전 전남 여수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방역 당국 관계자가 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7일 서울 구로구 ㅁ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ㄱ씨(당시 87살)가 숨졌다. 사인은 다발성장기부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바이러스성 폐렴 의증이 원인이었다. 이 병원에서는 그해 12월15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구로구청은 그날 바로 ㅁ병원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를 결정했다. 격리 첫날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던 ㄱ씨는 이틀 뒤 확진돼 열흘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ㄱ씨 가족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임종은 물론 장례도 치르지도 못했다.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피해자 유족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ㄱ씨 자녀 5명의 소송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일 부적절한 코호트 격리 조처 및 유족 의사가 배제된 장례 절차에 대해 국가 등의 책임이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ㄱ씨 유족 쪽은 ㅁ병원 코호트 격리가 위법했다고 말한다. 방역당국이 만든 코로나19 대응지침을 보면, 코호트 격리 대상은 ‘동일한 병원체에 노출되거나 감염된 환자’들이다. 감염예방·관리 차원에서 이런 곳을 코호트 격리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을 비롯한 다수 요양병원 등에서는 ‘외부로부터의 감염 차단’을 이유로 시설 내 모든 사람에 대해 지역사회와 연결을 끊는 코호트 격리를 해왔다. 최재홍 민변 환경보건위원장(변호사)은 “요건이나 절차를 갖추지 않고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동일한 공간에 격리해 감염 확산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이 이 소송의 쟁점이다. 정부는 부적절한 코호트 격리로 ㄱ씨에게 적정한 의료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게 한 책임이 있음은 물론, 주검에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음에도 화장을 강제해 유가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머무는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되레 위협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확진자와 비확진자 동선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코호트 격리를 해 다수의 교차감염 및 사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ㄱ씨가 입원한 ㅁ요양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 뒤인 지난해 말 기준 190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코호트 격리 1호 병원인 경북 청도 ㄷ병원에서는 정신병동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확진됐다.
정제형 변호사는 “시설 내 종사자와 거주자를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코호트 격리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함에도 감염병예방법 어디에도 근거가 되는 법령이 부족하다. 이는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사건 원고인 ㄱ씨 자녀들은 변호인을 통해 “어머니의 마지막 길이 너무 외롭고 쓸쓸하셨기에 유족들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어머니께 염도 수의도 못 해드렸다. 화장된 뼛가루만 유족에게 전해졌다. 사과 한마디 없는 정부에 한이 맺힌다”고 전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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