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탄광에서 일하는 오빠를 따라 엄마·동생들과 사할린으로 이주했다가 2차대전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니시오 따요꼬(90)씨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1년도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환영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공항/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 깃발(태극기)이 공항에 휘날리는 걸 보니까 반가워서 눈물이 났지요. 고향에 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사할린 동포 1세대 21명이 27일 고국 땅을 밟았다. 평균 나이 여든여덟, 고향을 떠난 지 76년 만이다. 최고령자 가운데 한 명인 니시오 따요꼬(90)씨도 이날 딸과 함께 영주귀국했다.
1931년에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전채련’이란 이름으로 자란 니시오 따요꼬씨는 여섯살 때 탄광에서 일하고 있던 오빠를 따라 엄마·동생과 사할린으로 이주했다. 그는 사할린에 도착해보니 조선학교는 없고 일본학교만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도 심해 일본 이름으로 고치라는 권유에 따라 이름을 ‘니시오 따요꼬’로 개명했다. 만 14살이 되던 해 조국의 해방 소식을 들은 니시오 따요꼬씨는 한국에 가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항구로 도망쳤지만, 소식이 끊긴 한국으로 갈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라디오에 귀를 귀울이며 한국 소식을 찾았지만 그는 결국 아흔이 된 이날에서야 고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일제시대처럼 다시 남의 지배 식민지가 안 되기를 바라고, 코로나가 하루 속히 없어질 수 있도록 힘써주기를 바랍니다, 두 손 모아 감사합니다”라고 당부와 인사를 밝힌 뒤 니시오 따요꼬씨는 버스에 올랐다. 이번에 귀국한 동포들은 코로나19 방역 절차에 따라 열흘 동안 시설에서 격리한 뒤 영주귀국한 동포 1세대들이 주로 사는 경기도 안산과 인천 등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다. 아울러 영주귀국 이후 한국 생활 적응 및 정착을 위한 지원캠프에 약 석 달간 참여할 예정이다.
사할린 동포가 적십자사 지원으로 귀국한 적은 있지만 지난 1월 시행된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벌법'에 근거해 공식 정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91명을 시작으로 모두 260명의 사할린 동포와 가족이 다음달 10일까지 순차적으로 한국에 영주 귀국한다. 외교부는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및 정착지원 사업이 이들의 가슴 아팠던 과거 역사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영주 귀국하는 한 사할린 동포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공항/김혜윤 기자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2021년도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인천공항/김혜윤 기자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첫 대상자로 선정된 한 동포가 격리시설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김혜윤 기자
한 영주 귀국자가 태극기를 흔들며 바라보고 있다. 인천공항/김혜윤 기자
인천공항/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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