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불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2020년 4월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나기 1년 전 대피 통로 폐쇄를 결정한 한익스프레스 소속 관계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4월29일 이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당시 시공사는 주식회사 건우였고 발주처는 한익스프레스였다. ㄱ씨는 한익스프레스 경영기획팀장이자 공사현장 발주와 설계구성 및 공정 등을 관리하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티에프(TF)’ 팀장이었다.
ㄱ씨는 2019년 7월31일 실시된 주간공정회의에서 냉동·냉장창고 결로를 방지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설계도면에 비상구로 존재하던 지하 2층 냉동·냉장창고와 기계실 사이 벽에 있는 통로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대피로를 마련하거나 이에 대한 전파나 교육·훈련을 실시하도록 하지 않았다. 당시 이 통로로 대피하려다 실패해 숨진 노동자가 4명, 다친 노동자가 4명이다. 검찰은 ㄱ씨와 당시 건우 현장소장 ㄴ씨, 건우 안전관리자 ㄷ씨 등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시공사 건우에 대해선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ㄱ씨에게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하 2층 창고구역에서 기계실로 통하던 통로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점, 해당 통로를 통해 대피하고자 했던 노동자 등이 대피를 하지 못해 숨진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ㄴ씨에겐 징역 3년6개월, ㄷ씨에겐 금고 2년3개월, 건우에겐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가 이 사건 통로를 폐쇄할 것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ㄱ씨에게 통로 폐쇄와 관련해 다른 대피로를 마련하거나 그에 관한 전파·교육·훈련 등을 실시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발주처에게도 산재 예방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나, 지난해 1월16일 이후 체결한 건설공사 설계 계약부터 적용된다. 2019년 4월 공사가 발주된 이 경우엔 해당되지 않는다. 2심은 ㄴ씨에게 징역 3년, ㄷ씨에겐 금고 2년을 선고했다. 건우에 대한 벌금 3천만원 선고는 유지됐다.
대법원도 “업무상주의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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