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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육퇴한 밤] 어쩔 수 없이 ‘방목’했는데…아이들이 알아서 하더라고요!

등록 2021-11-25 19:59수정 2022-08-22 11:36

‘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나오순 산부인과 전문의 인터뷰

정성 쏟을 시간·체력 부족…‘방목’ 육아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서는 법 배워”
바빴지만 ‘인생 선배’ 같은 엄마 되고 싶어
“스스로 성장 위해 매일 나를 가꾸려 해”

&lt;육퇴한 밤&gt; 영상 섬네일.
<육퇴한 밤> 영상 섬네일.

“너무 힘든 날엔 아이들한테 라면 끓여 먹자고 했어요. 미안하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이것도 인생인데. 저하고 사는 것도 아이들 인생인데, 서로 적응해 가야 하지 않겠어요.” (웃음)

32년 차 산부인과 의사의 육아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을 시간도 체력도 부족했다고 한다.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양육자들을 위로하는 전설 같은 말이 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양질의 시간을 채워보려고 애썼다. “얘들아, 밥 먹자”는 이야기를 자주 건넸다. 재료를 다듬고 음식 차릴 시간이 없을 땐 간편식과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 “아이들에게 항상 솔직해야 한다”는 건,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25일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에 육퇴한 손님으로 다시 등장한 나오순 김포나리여성병원 원장 이야기다. “포장해서 얘기하고 싶지만, 포장하면 금세 들통나잖아요.” (웃음) 인터뷰 내내 그의 대답은 솔직하고, 시원했다.

유튜브 채널 &lt;육퇴한 밤&gt;이 초대한 산부인과 전문의 나오순 김포나리병원 원장.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이 초대한 산부인과 전문의 나오순 김포나리병원 원장. 화면 갈무리.

그는 20대로 훌쩍 성장한 두 아들을 뒀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밥벌이는 자기가 하겠죠.” (웃음) 그는 이제 조금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예정일과 상관없이 세상에 찾아오는 아이를 맞이하느라 산부인과 간판은 24시간 반짝거린다. 환자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날, 자정께 퇴근을 했다. 두 아이는 거실에 널브러져 잠이 들었다. 아이들 머리맡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큰 언니가 저한테 욕심이 참 많다고 하더라고요. 돈 버는 일이든, 아이 키우는 일이든 한 가지만 해야지 뭘 다하냐고요. 저의 삶을 되돌아봤어요. 아줌마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더라고요. 엄마 노릇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하다 보니, 좌충우돌하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내 일을 지키면서 육아를 하다보니,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분만실에 앉아 하얀 가운 품에 받아 안은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정작 내 아이들에겐 신경을 못 썼다. 바쁜 엄마의 ‘방목’ 육아가 시작됐다. 엄마도 하기 싫고, 할 수 없는 일을 아이들에게 요구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인생 선배’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가꿨다. ‘육퇴한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보냈다. 실제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큰아들이 진로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책에서 읽은 내용이 아이를 설득하는 밑바탕이 됐다. 미국으로 간 아들은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상황상) 아이들을 방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들 둘이 각자 알아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가야 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서게 됐던 것 같아요.”

육아는 끝없이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만들었다. 아이에게 바라는 욕심을 버리는 과정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갓난아기 때는 한 번 더 웃어줬으면 좋겠고, 밤에 안 깨고 잤으면 좋겠고, 초등학생이 되면 받아쓰기 100점 받았으면 좋겠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는 내 뜻대로 안 되거든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포기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나오순 원장. 화면 갈무리
나오순 원장. 화면 갈무리

끝으로 ‘엄마’라는 삶을 선택한 이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임신해서 출산하려고 결심한 그 순간, 반은 좋은 사람으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걸 기반으로 하면, 틀림없이 좋은 인간이자 좋은 엄마가 될 거니까. 육아하면서 너무 고민하거나, 자신 없어 하지 말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중략) 끝없이 생각해도 왜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살아보니 무엇으로 사는지는 좀 알겠어요. 사람은 99번 미움을 받았다가도 딱 한 번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사는 것 같아요. 그 따뜻한 기억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엄마들은)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누군가한테 한 번은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됐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아이)이 살아가는 원동력을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잖아요. 내가 사랑받았던 기억을 한 번 떠올려 보면서 살아가는 용기를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나 원장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육퇴한 밤> 인터뷰 영상에 담았다. 삭막한 병원에 어린이 도서관(나리 북 갤러리)을 열게 된 사연부터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 추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박수진 기자(왼쪽)와 산부인과 전문의 나오순 원장. 화면 갈무리.
박수진 기자(왼쪽)와 산부인과 전문의 나오순 원장. 화면 갈무리.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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