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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른 커피값에도 기후위기 그림자…동네카페 사장님의 한숨

등록 2021-11-17 04:59수정 2021-11-17 15:44

세계 원두 30% 담당 브라질 이상기후
작황 안 좋고, 물류 이동 제한 등 악재
원두값 93% 상승에 작은 카페 직격탄
“아메리카노 2백원 올렸더니 손님 20% 줄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한 카페에 브라질을 비롯한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 원두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의 한 카페에 브라질을 비롯한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 원두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엥?”

커피값을 200원 올리자 단골손님이 보인 반응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포장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ㄱ씨는 지난 9월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원 올린 뒤 되돌아가는 손님들을 지켜봐야만 했다. ㄱ씨가 기존엔 2800원에 팔던 커피를 3000원으로 올린 건 원두가격이 오르는 걸 더는 버틸 수 없어서다. 올해 초 1㎏에 2만8000원이었던 원두를 지금은 3만3000원에 구입한다. 16일 <한겨레>와 만난 ㄱ씨는 “커피값을 200원 올렸더니 가격에 민감한 손님들이 20%까지 빠졌다”고 말했다.

종로구 관철동에서 1㎏당 3만~6만원대 고급 원두를 다양하게 취급하는 핸드드립 카페도 가격 인상 압박에 고심하고 있었다. 주로 아침·점심시간대 직장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사장 조예원(47)씨는 “그동안 재택근무하던 회사원들이 ‘재택 끝나서 왔어요’하면서 오고 있는데 가격을 올리면 거부감이 들지 않겠느냐”며 “납품받는 원두 가격이 많게는 30%까지 올랐고 일회용컵, 시럽 등 부자재 가격도 올랐는데 당장 커피값을 올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세계 원두 생산의 30% 이상을 담당한 브라질의 ‘이상 기후’가 서울 도심의 작은 카페의 커피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기지개를 켜려던 동네카페 사장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브라질은 지난해부터 가뭄을 겪은 데 이어 지난 7월 한파까지 덮쳤다. 브라질의 7월 평균기온은 12~22도 정도인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면서 생산량이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선 국제 원두가격의 기준인 커피 C 선물 가격이 파운드(약 454g)당 222.75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115.65달러)보다 92.6%나 올랐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스타벅스, 네스프레소 등에서 쓰는 원두가 브라질 작황 영향으로 올해 들어 77% 인상됐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이동 제한도 원두값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 세계 2위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은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물류이동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인상된 우유 가격도 커피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우유가 3년 만에 흰 우유 1ℓ를 2500원에서 2700원으로 5.4% 올린 데 이어, 남양유업·매일유업 등도 줄줄이 제품가 인상을 결정했다.

똑같은 원재료 인상에도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동네카페가 받는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주요 프랜차이즈는 1년 단위로 원두를 대량 계약하지만, 개별 카페는 그때그때 원두를 수급해서다. 스타벅스·이디야커피 등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는 원두값 인상 추세와 관련해 “이미 확보한 재고가 있어 당분간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앞으로 2년 이상 원두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하는데 지금부터 올리면 손님 발길 끊길까 걱정된다”며 “주변 카페들도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수긍할 때까지는 버티려 한다”고 말했다.

커피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원두 작황과 물류 문제가 동시에 겹친 상황이라 가격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프랜차이즈도 커피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수지 박지영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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