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 제8회 졸업식이 비대면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생님, 큰일 났어요. 졸업앨범에 실을 사진이 없어요.”
서울 성북구 ㄷ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인 김아무개(54)씨는 내년 2월에 졸업하는 3학년 학생들의 졸업앨범을 함께 만드는 동료 교사로부터 ‘학생 단체 사진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당황한 김씨는 급하게 사진을 찾아봤지만, 학교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 속 시간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멈춰 있었다.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1학년이었던 2019년을 제외하면 지난 2년 동안 단체활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80쪽으로 계획했던 졸업앨범을 60쪽으로 줄여야 했다. 김씨는 “지난달 진행한 체육대회가 올해 첫 행사였는데 그때 단체 사진을 몰아서 찍었다”며 “아마 이번 졸업앨범에는 체육대회 사진만 들어갈 것 같다. 아이들이 졸업 후 학창시절을 추억할 사진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졸업앨범 제작에 한창인 초·중·고등학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원격수업 기간이 길었고, 등교를 하더라도 감염 우려로 단체활동을 거의 진행하지 않아 앨범에 담을 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ㅅ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 오아무개(28)씨는 “앨범 지면을 채우기 위해 예전에 찍어둔 단체 사진을 확대해서 쓰고, 학생들에게 ‘너희끼리 찍은 사진이라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ㄴ중학교의 졸업앨범 제작 담당 교사 ㄱ씨도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작년 사진이 통째로 없다”며 “올해 3분의 1씩 학생들이 나눠서 등교할 때 졸업식 영상에 쓰려고 간간이 찍어 놓은 영상이 있는데 그걸 갈무리해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졸업앨범 제작업체들은 학생 단체 사진을 대신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앨범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사진사 김아무개(42)씨는 “요즘에는 학생들 개인 사진을 여러 명이 함께 있는 것처럼 합성해 앨범에 넣는다”며 “주로 학교 사진을 배경으로 넣는데 최대한 합성한 티가 나지 않게 편집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송금란(36)씨는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만든 그림이나 직접 쓴 시를 촬영해 앨범에 넣기도 했다”며 “체육대회나 소풍처럼 아이들이 추억할 수 있는 행사들이 싹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라 학교도 최근에는 각종 행사나 야외 단체활동을 조심스레 재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ㅈ고등학교 1학년 박아무개(17)군은 지난 11일 입학 후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놀러 갔다. 박군은 “그동안 계속 온라인 수업으로만 만나다가 처음으로 28명이나 되는 친구들과 단체로 놀러 가게 돼서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금방 친구들과 친해져서 사진도 많이 찍고 즐겁게 놀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로 그리운 얼굴들을 마주했지만 ‘비대면’ 기간이 길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서울 성북구 ㄷ중학교 1학년 담임 교사 ㄴ씨는 점심시간에 마스크를 벗은 자신의 반 학생을 알아보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ㄴ씨는 “학생들이 내게 인사할 때마다 ‘누구일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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