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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호랑이의 심장을 가진 야망가 “코미디로 세상 씹어먹고 싶었죠”

등록 2021-11-06 13:21수정 2021-11-08 16:02

[한겨레S] 이충걸의 인터+뷰
코미디언 강유미
서울 정동의 한 야외카페에서 코미디언 강유미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서울 정동의 한 야외카페에서 코미디언 강유미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누구는 그 사람더러 재러드 다이아몬드라고 했다. <제3의 침팬지> 저자이자 인간 속성의 동물적 기원을 탐사한 인류학자. 그는 “제가 굉장히 지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너무 과분해요. 과찬이에요” 하며 다급하게 손사래 쳤다. 그러나 그가 세태의 생리를 수시로 회처럼 떠낸다면? 결국 인간도 말하는 원숭이 아닌가? 표본의 규모와 범위가 다르다 하나 그를 이웃집 재러드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도저히.

바람 속에 깨진 거울이 있는 것처럼 차가운 10월의 야외 카페. 고무보다 땡땡한 녹황색 열매가 뜨문뜨문 열린 감나무 아래 앉아 있으니, 그가 “짓궂군요” 하며 어깨를 톡 칠 것만 같았다. 그날, 그의 유튜브 ‘좋아서 하는 채널’ 구독자 수는 84만1천명. 강유미는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쑥색 재킷 안에 갈색 이너티를 받쳐 입은 채 검박한 영국 여성처럼 나타났다. 쉽게 관찰되지 않는 얼굴로.

유튜브 도전, 즐거움과 두려움 공존

“조금 도취될 때도 있지만, 그냥 열심히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신 느낌이에요. 그런데 그분들을 다 만족시킬 콘텐츠를 만들 자신이 없어요, 저는. 가능하지도 않고, 완전히 제 영역 밖의 문제예요.”

코로나19 록다운과 화성 이주 계획이 뒤엉킨 시절에 구독자 수만 한 지위가 있을까? 그는 자기가 확보한 것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자기가 잘생겼다는 걸 모르는 잘생긴 사람을 볼 때의 기분? 아무튼 이 강력한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발을 디딘 이상 싫증 잘 내는 누구라도 쉽게 지지를 철회할 수 없을 것이다.

그즈음 그는 개인의 성격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엠비티아이(MBTI) 시리즈를 올리는 중이었다.

“제가 아이엔에프제이(INFJ)인데 그 유형이 다중인격 성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손을 꼽았다. “예수, 마더 테레사, 히틀러도 이 유형이라고 해요.”

그들의 이중성은 일종의 마케팅 요소가 되었지. 이웃을 사랑하라던 예수가 격분해서 환전상들을 채찍으로 때릴 때조차.

“개콘은 저의 의지만으로 만든 게 아니었어요. 아이디어는 우리 것이었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필터링 하시고, 동료 의견도 조율해야 했어요. 대신 완충장치도 있었어요. 시청자분들이 항의할 때 제작진 탓으로 돌리는 방패. 지금은 제가 전권을 가져서 좋긴 한데, 칭찬도 비난도 오롯이 제 것이라서 기쁨과 그 반대편 두려움도 극대화되는 느낌이에요.”

화가 잔뜩 난 세상에서 유튜브는 무엇이든 빨리 얻거나 잃게 만든다. 문화사적 구성을 띠는 비정한 자본주의 모델이라서. 그리고 시대의 플랫폼이 방송국에서 유튜브로 바뀌는 석양의 시기에 그는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그의 채널을 보면 물음표가 꼬리를 문다. 주변에 저런 사람 꼭 있어, 근데 그 삶을 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지? 무엇으로 행동을 보충하는 거지? 보이지 않는 것까지 추출하는 표현력의 근원은 뭐지?

‘메이크업 샵 개념 부족 막내’의 풀풀 날리는 말투와 눈 따로 입 따로인 표정을 보면 거기서 일하는 조카라도 있나 싶고, ‘백화점 명품관 오픈 런’에서 직원의 나른한 듯 희미한 경멸의 눈초리를 보면 도대체 애매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도믿걸’의 몽롱한 동공과 점착성의 존칭이 영 거슬려도 빠져나갈 수 없는데, 뭔가 수틀릴 때 곧바로 위협적으로 변하는 눈은 실시간 브이로그를 찍은 것 같다.

“‘도믿걸’은 잠실역에서 만났던 여자분을 생각하면서 찍었어요. 호기심 때문에 끌려갔거든요. 특유의 눈빛이나 말투, 우월감을 한 스푼 넣은 거죠. 명품숍 매니저는 전에 백화점에서 일할 때 거기 아우라, 옷이 후줄근한 고객을 무시하는 마인드를 다 섞었어요. 친절하기만 하면 재미 포인트가 없잖아요. 성형외과 의사는 한 다섯번 촬영했어요. 통으로 끊기지 않고 하고 싶은데, 남자라 쉽지 않아서 숨 쉬는 것까지 연습했어요.”

그는 “무대 공포증이 없는, 호랑이의 심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그는 “무대 공포증이 없는, 호랑이의 심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선입견 없이 사람들 관찰하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표현하는 능력

선입견 없이 이면을 보는 능력

‘찜질방세신사’에는 습하게 들큰한 목욕탕 냄새가 그대로 올라오는데, 타일 벽을 울리는 소리와 검정 레이스 옷과 가슴께에 애매한 부항 자국을 보면 고증 자체가 미스터리, 수소폭탄보다 가공할 디테일을 내뿜는다. 그러다 문득 주도권을 쥔 채 어딘지 하소하는 듯한 마음을 읽으면, 페이소스의 여음이 남아 어쩐지 서글퍼지는 것이다.

‘북한 에스테틱 샵’이야말로 비애로 버무린 코미디의 정수. 발음에 소요되는 시간, ‘ㅓ’를 ‘ㅗ’로 발음하는 경향, 치조음과 경구개음의 구별을 보면 정말로 리애란이라는 분이 북한에 사는 것 같다. 가공의 인물이 당장 피와 살의 입체가 되는 스펙터클 앞에선 마블 영화도 주눅들 수밖에.

“북한에서 귀순하신 분한테 제가 쓴 대본을 보내드리고 평양 사투리로 녹음을 부탁드렸어요. 그래서 리얼리티가 더 산 거 같아요. 눈물 난다는 댓글도 있는데, 그런 감동을 내가 줬다는 게 너무 뿌듯했어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인격이 몇 개라는 걸까? 그의 마음속에는 혹시 종류가 수천 종이나 되는 토마토가 사는 게 아닐까? 인간이라는 책을 인문학 서재로 옮기는 과정은 절대 끝날 리 없다. 모든 클립이 그의 이데올로기란 천재성이라고 말하니까.

“누구나 싸움 구경 좋아하지만 저는 더 좋아했어요. 권력관계, 행동의 밑받침, 사상, 다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저의 관찰력일까요? 저는 모든 게 모순이거든요. 선입견 없이 뒷면을 보는 양가감정 때문에 자신을 많이 괴롭혀요. 그런 것이 제 콘텐츠의 특이한 부분이 아닐까.”

가끔 코미디 자체가 고독한데 왜 코미디라고 할까, 의아해진다.

“사춘기 땐 다크함의 끝이었어요. 애들이 말을 안 걸었어요. 선생님도 무섭다고 하실 정도로. 실은 아이들이 만만하게 볼까 봐 강한 척한 거예요. 그땐 친구 한 명하고만 다녔는데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걔를 웃겼어요. 중고등학교 연극반에선 ‘굿 닥터’를 제일 좋아했어요. 치과의사부터 이반 일리치 같은 남자 역을 죄다 하면서 뛰어다녔어요.”

열아홉살 여름부터 스무살 여름까지 딱 1년 동안 백화점 직영 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상업고등학교 졸업할 때, 누구는 삼성 반도체 가고, 에버랜드 가고 그럴 때 나도 ‘뭐? 연봉 1700이라고?’ 이러면서 면접 보고 1층 화장품 코너에 배치됐어요. 근데 계산이 틀리면 물어줘야 하는데 워낙 숫자에 약해서 몇십만원인가 물어줬어요.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내성적이면서도 특이하다고. 굼뜨고 어리바리한데도 장기자랑 휩쓸고. 당시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 동네 친구하고 오디션 나갔는데, 베프가 마지막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로 대판 싸우는 걸로 최우수상을 탄 거예요. 그래서 명찰 드리고 백화점 그만두었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딸 꼬드기지 말라고 하셔서 약간 상처 입고 파트너를 찾는데, 정경미 언니가 손을 내밀어 주셔서 그때부터 팀으로 활동을 했어요.”

84만 유튜브 ‘좋아서 하는 채널’ 운영…칭찬도, 비난도 오롯이 내 것

못난 말 하던 나, ‘손절’ 안한 영미

강유미에게는 어떤 경험도 상투적으로 말라가지 않았다.

‘고! 고! 예술 속으로’, ‘사랑의 카운슬러’,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코미디의 기준을 높이던 겨우 이십대에 그는 코미디언더러 왜 희극 ‘배우’라고 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가학적인 혀도 오버톤도 없이 맹렬한 현재성과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낙관으로 웃음이라는 진정제를 투여할 때, 10분 콩트가 1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의 왜곡. 그렇지만 스스로도 방송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성적 성격으로 어떻게 무대를 지배했을까? 어떻게 균열을 찾는 데 능숙한 이들을 설득했을까?

“텐션도 너무 낮고 굉장히 음울한 성격인데 다듬어진 부분이 있어요. 코미디언으로서의 태도는, 어찌 보면 가식이죠. 경쟁의식도 어마어마했어요. 제가 (안)영미한테 유독 질투를 해가지고 티가 다 났었어요. 전 사회성 없어서 뚝딱거리는데 영미는 굉장히 잘 웃고 이성한테 인기도 되게 많았어요. 그런 점이 되게 눈꼴시더라고요.”

희극적 샴쌍둥이 이야기를 하며 그는 허심탄회하게 웃었다.

“걔가 남자친구랑 깨가 쏟아지게 행동하면 ‘아,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굳이 왜 그래?’ 이런 식으로 말 되게 밉게 하고. 그때 저를 손절 안 해준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한편 강유미는 자멸적인 분장과 보이시한 캐릭터에 자의식이 없어 보였다.

“내가 개 분장을 하고 망가진다고 ‘여자로서 못 할 짓이다’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제가 이타적이라서가 아니고, 코미디언들은 뭐든 삐딱하게 보고, 폼나고 싶은 마음도 비웃고, 스스로 프레임 씌우거든요. 저는 제가 못났다는 게 팩트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났다면 잘나 보이겠죠.”

그것이 코미디 로맨티시스트의 특성일까? 그냥 뒤틀린 진심일까? 이때 반전이 휘몰아친다.

“근데 진짜 죄송하지만, 오랜만에 제가 한 영상 보면요, 어렸을 땐데 참 잘했네, 저 스스로 자찬하고 그래요.”

그가 웃을 때 오른쪽 귀의 파란색 세모 귀고리와 보라색 둥근 귀고리 두개가 나란히 깔깔댔다. 장신구의 오묘한 형태가 그의 잔잔한 광기를 수식하는 순간.

“전 실수가 별명이 될 지경인데 무엇보다 소품 안 챙기는 버릇. 시간관념 부족한 것도 본질적인 단점이죠. 최근 그게 ‘수동 공격’이라는 걸 알았어요. 실수하고 싶어서 실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분명히 신경 쓴다고 한 건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수동 공격밖엔 답이 없는 거예요. 뭔가 그 체제에 반항심이 있는데 마음에 안 드는 일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아요.”

코미디언 강유미가 마치 목련 커튼 같던 서울 덕수궁 중명전 돌담 아래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코미디언 강유미가 마치 목련 커튼 같던 서울 덕수궁 중명전 돌담 아래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무대공포증 없는 ‘호랑이 심장’

그는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집중력으로 대답을 찾았다.

“코미디를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여성 비하가 많았거든요. 남자 개그맨분들이 너 못생겼다, 너한테서 우리 할아버지 냄새 난다, 이런…. 연예가 중계에서 개콘 멤버들한테 여자 개그맨들 사진 보여주면서 ‘누구랑 사귈래요?’ 이런 인터뷰도 했었어요. 남자 개그맨들이 아, 뭐, 이러면서 모두가 웃는데 그걸 가지고 기분 나빠 하면 나만 속 좁은 사람이 됐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아니, 한 푼 주고 얼굴 보라면 두 푼 주고 고개 돌릴 낯짝들이 무슨 자격으로? 얼굴 못생긴 건 제 잘못 아니지만 무지한 건 다 제 잘못인데! 강유미는 2018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정치적 요주의 인물들에게 다짜고짜 마이크를 들이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카지노 직원 유니폼을 입고 포켓에 꽃을 꽂고는 “강원랜드에 몇명이나 ‘꽂’았어요?” 하며 권성동을 둘러싼 의혹을 캐물을 때 답변은 어쩌면 논외의 것이었다. ‘질문하는 자’의 본질을 방기한 기자들의 비겁을 돌려 깐 시절이었다.

“그때는 비결이 있었는데요. 저는 강유미라는 배우가 권성동이라는 배우에게 대표로 다가간다고 생각했어요. 우호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권성동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그 뒤론 제 차에 폭탄 설치돼 있나 괜히 뒤져보고, 이상한 영화적인 상상도 하고 그랬어요. 방송에선 늘 위축돼 있었어요. 나는 애드리브도 못 하고 바보 같아, 늘 그랬는데, 그때 기지를 발휘해서 질문했던 것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면서 나를 조금 더 믿어도 되겠다, 그랬어요.”

그는 놀랍게도 무대공포증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제 가슴을 가볍게 쳤다. “호랑이 심장이에요.”

무중력 상태에서 영원히 군림하는 코미디언 군주라 해도 관심을 못 받는다면 풀장에 푼 염소보다 빨리 녹아 버릴 것이다. 그때 유튜브 ‘에이에스엠아르(ASMR) 롤플레이’는 발견이 아니라 발명과 같았다.

“2018년부터 ‘좋아서 하는 채널’을 했는데 1년 넘게 침체기였어요. 영상을 올리면 구독자가 오히려 떨어졌어요. 그때는 구독자 수가 나의 정체성이었거든요. 결혼 때문에 이사도 하고, 금전적으로 좀 어려울 때라서 정말 유튜브를 접으려고 했어요. 어차피 내가 찍은 영상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근데 종합소득세 내는 5월에 다이아 티비(DIA TV)에서 재계약하자는 거예요. 너무 감동했어요. 새 피디님이 첫 콘텐츠는 에이에스엠아르 상황극으로 가자고 해서 ‘싫은데 하는 메이크업샵’을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롤플레이와의 야심만만한 로맨스는 장고 끝의 한 수가 되었다. 그의 에이에스엠아르는 다수의 생활에 벽지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그는 가속과 과속 사이의 일주일을 보낸다. 일주일 2회 업로드 목표의 와중에 마음공부에 열중하는 한편 슬금슬금 주식도 하는 행복한 난센스!

“경제적 자유가 전혀 없고요. 완전히 생계형이에요. 유튜브로 돈 모은 게 정말 얼마 안 됐어요. 그냥 잔고를 자주 들여다봅니다. 진짜 장기투자밖에는 답이 없겠던데요. 어휴, 한참 열심히 일해야 됩니다.”

생계라는 말 앞에서 완벽히 이성적일 순 없겠으나, 뭔가 기록적인 수익을 낸 줄 알았다. 어쨌든 그의 생계는 속히 할부 상환이 될 것이다. 구독 입찰자가 매일 불어나는 한.

“‘한국의 주성치’ 되고팠는데, 그 꿈 이뤄지지 않아도 슬프진 않아요”

‘한국의 주성치’를 꿈꾸며

오후 세시. 그는 최고의 사치가 결혼이라고 말하면서 얼굴을 만졌다. 매니큐어의 침착한 연회색은 공기와 겉돌았다.

“좀 내밀하긴 한데, 결혼을 통해 저는 뭔가 많이 얻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흠 없는 이미지, 남들 하는 거 다 하는 이미지. 배우자로서 욕심낼 만한 여자를 꿈꿨나봐요. 보란 듯이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나름 미니멀리스트였는데 소파도 몇백만원짜리 사고, 대리석 식탁 놓고. 그런데 제가 부여한 의미만큼 충족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고. 내 결혼 생활이 특별히 불행해서가 아니라, 제가 가진 상(像)을 제가 강요해서잖아요. 결혼은 들숨과 날숨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줘야 된다는 ‘우김’ 때문에.”

정직한 욕망과 표류하는 마음. 삶이 설명서대로 끼워 맞추는 조립식 가구와 같을 리 없다. 그런데 그는 다른 심리적 매트릭스를 통해 움직이고 있었다.

“항상 염세적인 생각을 해요. 이 세상에는 네가 찾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떤 관계든 무의미함을 느낄 때 그 구절이 요즘 모토가 됐어요. 저는 야망충이었어요. 한국의 주성치가 되고 싶다. 코미디로 세상 씹어 먹고 싶다.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인생이라고 슬프지도 않아요.”

서울 정동 덕수궁 중명전에서 촬영할 때 바람에 휴대용 조명기가 쓰러지자 그가 먼저 달려와 일으켜 세웠던 생각이 났다. 그때 흰 구름 아래 덕수궁 돌담이 목련 커튼처럼 보였다는 것도.

강유미의 세계는 흑과 백도 아니고, 희극과 비극도 아니며, 만화와 영화도 아니다. 세상은 미지의 잠재력이 가득한 황무지. 그러나 탄환이 바닥날 리 없다. 우리가 할 일은 그의 영상이 속히 업로드되기를 기다리는 것뿐. 

글 이충걸 작가(전 <지큐코리아> 편집장), 녹취 조아라

작가. 전 <지큐 코리아> 편집장.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와 18년 동안 써온 ‘에디터스 레터’를 모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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