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일 고발장 작성·전달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첫 조사를 벌였다. 공수처가 기각 우려에도 불구하고 손 검사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이유가 ‘대면 조사 필요성’이었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는 감춰뒀던 증거를 공수처가 제시하며 손 검사 압박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손 검사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이유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 부족’이 아닌 ‘일단 조사부터 하라’는 취지였다.
손 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피의자 비공개 조사에 쓰이는 차폐막을 통해 공수처 조사실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만들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고발장이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손준성 보냄’ 표기가 붙은 채 다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손 검사는 ‘손준성 보냄’에 이용된 텔레그램 계정이 자신의 것으로 확인된 직후 해당 계정을 갑자기 삭제하는 등 사실상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이후 두 달 가까이 ‘고발장 존재조차 몰랐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손 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는 태도를 바꿨다.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고발장을 자신에게 보냈을 수는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은 이를 ‘반송’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거절했는데, 이 반송 메시지가 어떤 경로를 거쳐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 검사 주장과 달리 텔레그램에는 ‘반송’ 기능이 없다. 공수처는 최근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고발장 최초 전달자가 손 검사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며 ‘손준성 보냄’ 메시지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태운 승용차가 2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손 검사의 ‘반송’ 주장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가 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부하 검사의 고발장 관여 사실을 듣자 이에 맞춰 손 검사 쪽이 만들어 낸 논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손 검사 지휘를 받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가 고발장에 담긴 검-언유착 제보자 관련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을 적시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 조사를 끝낸 뒤 곧바로 김웅 의원 조사를 진행해 ‘고발장 작성 및 야당 정치인 전달→고발장 수신 및 미래통합당 전달’ 고리를 입증할 방침이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 구속영장에 김 의원을 공범으로 적었다.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이유로 조사를 미뤄왔던 김 의원은 3일 공수처에 나와 조사 받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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