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1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 부부 사이에 태어나 불법체류자가 된 다비따가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이주아동 체류 합법화 촉구를 위한 캠페인’에서 엄마 사진까(29·스리랑카) 품에 안겨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나가는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주노동자 20여명, 자녀와 함께 대학로에서 호소
“우리는 한국을 사랑해요. … 아이들이 영주권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12일 오후 2시께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크고 깊은 눈매의 다비따(3·스리랑카·사진)와 아미나(생후 6개월·몽골) 등 이주노동자 자녀 20여명이 부모의 품에 안겨 모였다. 아미나는 몹시 핼쑥했다. 얼마 전 호되게 감기를 앓았다고 했다. 가벼운 감기였지만, 대물림된 불법체류자의 신분은 병원을 모국 못지않게 먼 곳으로 만들었다. 뒤늦게 용기를 낸 부모들은 아미나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비싼 병원비 때문에 결국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태어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학교를 다니더라도 추방이 무서워 제 이름을 못 쓰거나, 단속 때는 등교도 못하는 실정이다. 양혜우(40)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소장은 “국적과 인종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어린이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국제아동권리협약’에 따라, 한국도 이주노동자 자녀에게만큼은 합법 체류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애 박종식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