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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포츠와 기업, 탄소 감축 ‘깐부’ 되다

등록 2021-10-20 05:00수정 2021-10-20 08:38

[스포츠 통] 체육계도 친환경시대
기업마다 ESG 경영 기치 내걸어
프로 야구 엔씨·배구 흥국생명 등
페트병 등 재활용 유니폼 착용
골프계, 업사이클링 화분 경기 활용
국내외 축구계는 ‘기후 행동 협정’
“일회성 아닌 스포츠 문화 돼야

21일부터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는 특별한 화분이 선보인다. 공장에서 버려진 자투리 마스크 원단, 마스크 불량품 등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화분이다. 업사이클링 화분은 각 홀의 티마커로도 쓰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회에 쓰이는 광고 보드 및 행사 시설도 지난 9월 말 열렸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챔피언십에서 사용했던 것을 재활용한다. 당시 포토월은 살아있는 식물을 활용한 에코월로 대체됐는데 에코월의 식물은 업사이클링 화분에 옮겨 심은 뒤 기부됐다. 앞서 8월 열린 한화클래식(KLPGA) 때는 대회 운영진이 폐플라스틱 원사의 유니폼을 착용했고 종이 인쇄물에는 친환경 용지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생분해되는 종이팩 생수를 나눠주기도 했다.

버려진 자투리 마스크, 불량 마스크를 모아 만들어진 화분. KLPGA 하나금융챔피언십 주최 측 제공.
버려진 자투리 마스크, 불량 마스크를 모아 만들어진 화분. KLPGA 하나금융챔피언십 주최 측 제공.

스포츠에도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마다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치로 내걸면서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와 관련한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성적 중심주의는 여전하지만 한편에서는 시대 흐름에 맞는 ‘착한’ 대회, ‘착한’ 구단으로의 발걸음도 이뤄지고 있다.

프로 구단의 가장 적극적인 행보는 친환경 유니폼 착용이다. 프로야구 엔씨(NC) 다이노스는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국내에서 분리 배출된 페트병을 재활용해 제작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했지만 흡한속건, 자외선 차단 등 기능은 기존 선수단 유니폼과 같다. 엔씨 관계자는 “친환경 유니폼은 당초 기획 당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인증 마크만 차이가 있다”고 했다.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또한 지난 6월부터 태광산업, 대한화섬과 손잡고 야구장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제작해 유니폼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여자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020~2021시즌에 모기업(태광산업, 대한화섬)이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로 만든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땀 흡수 등이 좋아서 선수들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올 시즌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프라임블루 소재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제주 유나이티드도 9월부터 친환경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재활용 폐페트병을 원료로 쓰면 기존 플라스틱 대비 탄소 배출량이 4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경기장 응원 도구인 비닐 막대 풍선이 사라진 것도 친환경 추세 연장선 위에 있다. 2019년 말 일부 막대 풍선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된 점도 막대 풍선의 퇴출을 앞당겼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현재 종이 클래퍼(부채처럼 접어서 소리를 내는 응원 도구) 등을 막대 풍선 대신 사용하고 있다.

비단 국내 스포츠 구단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달 19일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경기에서 세계 메이저 스포츠 구단 중 처음으로 ‘탄소 제로’ 이벤트를 펼쳤다. 스카이스포츠 방송과 협력해 ‘게임제로’로 명명된 이번 캠페인은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통한 경기장 이동, 맥주컵 재사용, 로컬 푸드 사용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월 가장 친환경적인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 뽑힌 토트넘은 유엔(UN)의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에도 서명을 했다.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은 스포츠 단체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 독려를 위해 2018년 만들어졌으며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 등 스포츠 기구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MLB) 등의 구단들도 참여하고 있다.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의 목표를 보면 “스포츠를 통합 도구로 사용해 기후 행동을 위해 세계 시민을 연합하고 연대를 만든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에서는 프로축구연맹이 6월22일 국내 스포츠 단체 중 최초로 가입 서약서를 유엔 쪽에 제출해 7월1일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에 발맞춰 프로축구연맹은 현재 친환경 캠페인인 ‘K리그 그린킥오프’ 를 진행 중이다. 조연상 축구연맹 사무총장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스포츠 기구나 구단들도 현재 친환경 이슈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탄소 저감 운동을 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이에스지(ESG) 확산에 스포츠가 매개되는 기능을 하자는 데 기업과 연맹의 뜻이 맞았다”고 했다. 축구연맹은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처럼 구단별로 친환경 지수 등을 매길 계획이다.

스포츠계 친환경 행보의 향후 과제는 지속 가능성에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일시적인 보여주기식 홍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으면서 “폐페트병 재활용 유니폼에 앞서 폐페트병을 줄이는 운동을 한다거나 구장 내 재생에너지 사용 등의 행보가 이어져야만 한다. 친환경주의가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닌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아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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