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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험 봐서 해고자 정하는 세종호텔 “조리 담당도 영어 테스트”

등록 2021-10-17 20:39수정 2021-10-17 22:20

영어·일본어·중국어 시험 요구…재산 평가도
노동자들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 같아” 반발
세종호텔. 세종호텔 누리집 갈무리
세종호텔. 세종호텔 누리집 갈무리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이 경영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추진하면서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조리, 식기세척 담당자 등에게도 외국어 구술시험을 요구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7일 세종호텔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을 보면, 평가 기준에는 인사고과 성적뿐만 아니라 외국어 구사능력(5점) 항목이 포함돼 있다. 100만점인 평가 기준은 낮은 점수를 받은 노동자가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앞서 세종호텔은 노동자들에게 영어 구술시험은 필수로 보고, 일본어와 중국어 가운데 하나를 택해 지난 12~13일 시험을 치르라고 공지했다. 영어는 3점, 일본어 또는 중국어는 2점으로 상중하로 구별해 점수를 부여한다. 호텔은 “전 직원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외국어 구사능력평가에 응시하길 바라며, 응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직원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호텔이 직원들에게 공지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세종호텔 노조 제공.
세종호텔이 직원들에게 공지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세종호텔 노조 제공.

노조에 속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호텔의 정리해고 요건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진수 세종호텔 노조위원장은 “지금까지 호텔 프런트처럼 실질적으로 외국 투숙객을 상대하는 데에서도 정기적으로 시험을 봐온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정리해고 대상 요건으로 외국어 시험이 들어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세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많은 인원이 퇴사했음에도 계속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평가 기준에 재산보유 항목이 들어가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사쪽이 마련한 평가 항목에는 외국어 구사능력, 인사고과(45점), 상벌사항(10점), 근속연수(10점), 장애유무(10점), 부양가족(5점) 등과 더불어 다른 가족의 소득(10점), 재산보유(5점)도 포함돼 있다. 호텔은 직원들에게 재산세 납부 증명서, 건강보험증 사본을 제출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생계를 고려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개인의 사적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노동자들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고 위원장은 “재산세납부 증명서 등도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해당하는데,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에도 호텔은 지난 12일 직원 안내문을 통해 “호텔업에서 어학은 필수이고, 조리나 식음에 관련돼 있는 일자리가 없어 객실, 총무, 재경 등 일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어학(능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서 전환배치 시 참고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호텔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이유로 최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모집 공고를 세 차례 냈다.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들이 이번 주 중에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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