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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제동원’ 전범기업에 첫 매각명령…‘현금화’ 절차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21-09-28 16:21수정 2021-09-28 16:32

압류명령 아닌 매각명령은 이번이 처음
대전지법.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대전지법.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배상을 외면한 일본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국내자산 매각명령을 내리면서 ‘현금화’ 작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지 약 3년이 지났지만, 관련 기업들이 일본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지난한 법적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강제동원 사건 및 일본군 ‘위안부’ 사건에서도 자산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나 실제 현금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전지법 민사28단독 김용찬 부장판사는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2)·김성주(92)씨가 미쓰비시중공업(이하 미쓰비시)의 상표권과 특허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명령해달라는 특별현금화명령 신청사건에서 최근 미쓰비시 자산 매각을 명령했다. 강제집행은 일반적으로 압류와 현금화(매각)로 진행되는데, 각각 법원 명령이 필요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압류명령’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사례는 종전에도 있었지만, ‘특별현금화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씨와 김씨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3년 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미쓰비시가 이행을 거부하면서 여전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29일 ‘미쓰비시는 양씨 등 원고들에게 1인당 1억~1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미쓰비시가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을 압류해 현금화하겠다’는 취지의 압류신청을 냈고, 법원 압류결정문에 대한 일본의 송달 거부, 그에 따른 법원의 공시송달(서류가 상대방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압류명령에 대한 미쓰비시의 즉시항고 및 재항고 등이 진행되면서 3년 세월을 보냈다. 이번에 나온 첫 매각명령에 대해서도 미쓰비시가 “즉시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후 재항고까지 제기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현금화 시점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28일 “피고 기업이 항고, 재항고하더라도 매각은 절차대로 중단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강제동원 사건도 현금화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손배소 승소 판결이 확정된 이춘식(97)씨 등도 일본제철의 배상 거부로 일본제철 국내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 중이다. 이씨 등은 일본제철이 보유한 주식회사 피엔아르(PNR)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명령을 신청해 2019년 1월 승소했고, 일본제철이 이에 반발해 즉시항고했으나 지난 8월 기각됐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즉시항고 기각이 일본에 송달되기까지 통상 1∼2달이 걸린다. 일본제철의 재항고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기각 당시 일본제철은 “한-일 청구권협정 등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일 양국 정부 외교 교섭 등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해 지난 1월 피해자 1인당 1억원 배상이 확정됐는데, 이에 법원은 일본 정부에 ‘내년 3월21일까지 한국 내 보유재산 목록을 제출하라’며 재산명시명령을 내린 상태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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