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필 작가가 16일 전시장에서 10년 만에 다시 일본에 머물며 기록해온 ‘조선학교’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인기 작가 제공
“36년 넘게 소외된 사람들, 역사의 뒤안길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국내외에 알려왔습니다.”
신동필 작가의 개인전 <다시 가 본 조선학교>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16일 전화로 만난 신 작가에게 전시의 취지를 들어봤다.
2000년대 초반 20여 차례 일본 방문
2009년 조선학교 담은 사진집 펴내
2019년 예술인 비자 받아 일본 상주
“무상교육차별 시위 현장 찍다 울컥”
‘다시 가 본 조선학교’ 28일까지 전시
‘재일본 프로젝트’ 4가지 계속 추진중
2018년 4월27일 조선학교 관계자들이 나고야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정부의 ‘무상교육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신동필 작가 제공
2018년 4월27일 조선학교 관계자들이 나고야지방법원 앞에서 일본 정부의 ‘무상교육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신동필 작가 제공 그가 처음 사진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는 대학생 시절이라고 했다. 학교 안과 밖에서 민주화 시위가 열렸고 수십명의 사진기자가 찍는 것을 봤는데 그 다음날 신문에 사진이 한 장도 실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직접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사진가 신동필’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36년 동안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비전향장기수, 탄광촌, 한국인 원폭피해자, 그리고 재일 프로젝트가 있다.
특히 이번 전시와 관련된 재일본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 신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우토로, 오사카 한인촌 쓰루하시 등 징용 1세대부터 재일동포 4세대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문제가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가운데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인 재일 민족학교에 관한 것이다”라고 했다.
재일동포 근현대사에서 조선학교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동포들은 일본에서 자손들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기 위해 민족학교를 세웠다. 일제강점기 시절 정체성을 지키려는 국어강습소에서 시작된 민족교육은 꿋꿋하게 재일조선인의 민족 자존심을 지켜왔다.
그는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그 근본 동력은 민족교육에 있었다는 데 공감하게 됐고 사진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20여 차례 일본을 오가며 조선인 학교를 찾았다. 2009년에는 이 사진들로 첫번째 사진집을 만들어 발표했다.
아쉬운 점이 여럿 있었으나 교토 40번지, 위안부 할머니, 미쓰비시 등 다른 사진 작업을 위해 그 뒤 조선학교는 10여년 정도 마음 한쪽 편으로 미루어두었다. 하지만 늘 조선학교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잊을 수 없었단다. 2019년 일본 정부로부터 예술인 비자를 받아 일본에 거주할 수 있게 되자 그는 다시 조선학교를 찍기 시작했다.
15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그 학교의 선생이 된 사례도 여럿 목격했다. 이번 전시에도 그 선생님 사진이 걸려있다. 전시작 중에는 그 자신을 찍다가 울컥한 장면도 여럿 있었다고 했다. 일본 전역에 걸쳐 하나둘씩 패소하고 있는 무상교육차별 재판과 관련된 시위 현장 사진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조직문화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순응하는 것이다. 일본 내 교포사회에서도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드물다. 일본을 오랫동안 보고 있었지만 이처럼 열도 곳곳에서 열리는 무상교육차별 시위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주먹을 쥔 손을 치켜들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 재판 결과에 실망해 엉엉 소리 내 울던 30대 여성 등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신 작가는 “우토로 지역만해도, 한국 정부 지원도 있고 방송 등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등 안팎의 높은 관심과 지지 덕분에 쟁취해낸 성과가 적지 않다. 반면 아직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내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교육차별 재판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필 개인전 포스터. 사진은 2018년 퇴근하는 아이치중고급학교 교사의 모습이다. 신동필 작가 제공
그는 애초 지난 8월 고향인 원주에서 민예총 강원원주지부의 기획으로 재일본 프로젝트의 일부를 전시할 수 있었다. 내친김에 전국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목표액 200만원을 채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번 서울 전시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신 작가는 “이번 조선인 학교 외에 4가지 준비된 사진프로젝트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원폭피해자, 미쓰비시중공업 징용노동자, 우토로가 그것이다.” 그는 마음이 급해보였다. 어느 하나 가벼운 사안이 없으니 추가로 펀딩을 하든지 사비를 들여서라도 전시를 하고 사진 책을 내서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힘주어 말했다. “알리지 않으면 언젠가 잊힌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