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7일,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장 앞에 설치된 이동선별검사소에서 인근 입주기업 59곳 임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남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역학조사관이 한 명도 없는 지자체가 23곳에 달하는 가운데, 역학조사관이 있는 곳도 지역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관은 코로나19 등의 감염경로를 파악해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는 방역 대책의 첫 관문 역할을 한다.
15일 <한겨레>가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인구 10만 명 이상 시·군·구 역학조사관 임명 현황’(8월 기준)을 통계청 8월 인구현황과 비교해 분석한 결과 역학조사관이 1인당 담당하는 인구는 지역별로 최대 약 19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남양주시(인구 72만7221명)는 역학조사관이 1명, 서울 강북구(인구 30만1430명)는 역학조사관이 8명이다. 1인당 관리하는 인구수가 경기 남양주시는 약 72만7221명, 서울 강북구는 약 3만7678명으로 약 19.3배 차이가 났다. 확진자수는 14일 기준 남양주는 4115명, 강북구는 2268명으로 집계됐다.
역학조사관 1인당 담당 인구가 많은 순서로 살펴보면, 경기 남양주시 다음으로 서울 송파구(인구 65만8991명), 경기 안산시(인구 65만4477명), 서울 강서구(인구 57만6361명)가 각각 역학조사관 1명이 전체를 담당하고 있었다. 경기 고양시(인구 108만896명)는 역학조사관 2명이 1인당 54만448명을 담당했다. 반면, 서울 강북구 다음으로 경남 밀양시(인구 10만3891명)는 역학조사관 2명이 각각 약 5만1945명, 경북 안동시(인구15만7534명)는 역학조사관 3명이 각각 약 5만2511명, 전북 정읍시(인구 10만7169명)는 2명이 각각 약 5만3584명, 충남 아산시(인구 32만2158명)는 6명이 각각 5만3693명을 담당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규칙을 보면, 인구 10만명 이상인 시·군·구는 1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데다, 역학조사관들도 격무를 호소하고 있어 인구수 대비 적정한 역학조사관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역학회 회장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역학조사 역량의 일부가 곧 역학조사관의 숫자다. 시·군·구간 대응 역량의 표준화를 위해 특정 수준으로 인구수 대비 역학조사관 수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사람이 몰려서 사는 곳과 떨어져서 사는 곳에 따라 역학조사관의 동선, 살펴야 할 인원수에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지역별로 역학조사관 숫자가 달라지므로 지자체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역학조사관 지역별 균형 확보를 위해 채용조건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시·군·구간 채용조건들이 달라 인력도 조건이 좋은 곳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를 표준화해 중앙기구뿐 아니라 지역 보건소 등에도 역학조사 인력을 제대로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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