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쪽과 변호인이 각각) 증인신문을 하는데, 재판부가 (저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으면, 정상적인 재판이 아닙니다.”
지난 1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증인신문 도중 검찰과 조 전 장관 부부 쪽 변호인을 모두 꾸짖었다. 증인을 불러놓고 조 전 장관 부부의 공소사실인 업무방해 혐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질문을 양쪽이 거듭하거나 무엇을 입증하려 하는지 모호한 질문을 던지자, 참다못한 재판부가 나선 것이다.
마감 10여분 전 경력란 수정한 조국 아들 대학원 원서
이날 오전 재판에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아무개씨가 2017∼2018학년도 연세대 대학원에 지원할 당시 입시를 담당하는 교학팀에서 근무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들 조씨의 입학 원서에 허위 경력 등을 기재해 연세대 대학원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아들 조씨가 2017학년도 후기 연세대 대학원에 별다른 ‘스펙’ 없이 지원했다가 떨어지자,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입영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2017년 11월3일 2018학년도 전기 연세대 대학원 입학원서 접수 마감일에 제출된 조씨의 입학원서 두 장을 나란히 제시했다. 당초 조씨가 이날 오후 1시12분께 온라인으로 접수한 입학원서 경력란에는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다. 경력서류도 첨부돼 있지 않았다. 반면 조씨가 이날 입학원서 접수가 끝나기 19분 전인 오후 4시11분께 교학팀에 전자우편으로 다시 제출한 입학원서 경력란에는 법무법인 청맥 인턴, 입학성적우수장학금 등의 7가지 경력이 적힌 내용이 추가돼 있었다. 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였던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명의의 인턴활동 확인서와 장학증명서 등도 첨부돼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어떻게’ 연세대 대학원 입학 담당자들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는지 따지기보다 조씨의 입학원서를 본 이씨의 생각을 거듭 물었다. 검찰이 “검찰 조사 당시 조 전 장관 아들의 입학원서 수정본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진술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씨는 “대학원 지원자들이 추가 서류를 내고 싶다고 하면 받아줬다. 그러나 커버(입학원서)까지 바꾸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놀랐다”고 답했다. 정원이 미달하는 전형이어서 입학원서 접수를 마친 뒤에도 지원자들이 수정된 서류를 내길 원하면 교학팀 전자우편을 통해 받아줬으나, 종이를 오려 붙여서
입학원서 경력란을 수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었다.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조씨 쪽은 입학원서 출력본에 종이를 덧대 경력란을 수정하고 이를 스캔해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이 “다른 지원자들은 (입학원서) 수정 기회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이렇게 (수정 요청을) 받아주는 것은 그런 기회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원자와의 형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증인은 검찰 조사 당시 조 전 장관 아들의 수정본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진술한 이유는 무엇인가.”(검사)
“지원할 때 종이를 오려 붙인 게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게 들어가 있어서 확인하고 놀랐다. 제가 아는 것은 학생들이 추가 서류를 내고 싶다고 하면 받아줬다. 그런데 커버까지 바꾸는 경우는 사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가 놀랐다.”(이씨)
“커버라는 것은 입학원서 경력란에 직접 만든 종이를 오려 붙어 집어넣은 것은 처음이라는 건가?”(검사)
“수정 요청은 해도 사실 수정 서류를 내지 그런 경우까진 본 적 없다.”(이씨)
“다른 사람은 수정 기회가 있는지 모르는 게 정상적이다. 왜냐면 (모집) 요강이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수정 요청을) 받아주는 건 그런 기회를 미처 생각 못 한 사람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냐는 상식적 물음이다.”(검사)
“그렇다.”(이씨)
검찰, ‘정 교수 개입 정황’ 문자메시지 공개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이 입학원서 접수 마감 직전에 교학팀 전자우편으로 입학원서를 다시 낸 뒤, 조 전 장관 부부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 전 교수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꾸기’라고 저장한 조 전 장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로 “(입학원서 경력란) 칸에 맞춰 만들고, 컬러사진을 출력해 붙이고 왔다갔다” 등이다. 검찰은 이런 대화를 근거로 아들의 입학원서 경력란에 거짓 스펙을 덧붙여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는 데 정 전 교수가 가담했다고 의심했다. 검찰은 정 전 교수를 겨냥해 이씨에게 “(입학원서 접수 마감일에 누군가로부터 ’담당자와 통화하고 싶다’고 적힌 포스트잇을 전달 받아) 통화했다는 사람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아니었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남자 지원자였다. 이렇게 확인하면서까지 하는 경우는 없어 기억 난다”며 검찰 추론에 선을 그었다.
이제야 제출완료 ㅜㅜ(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시간 4시17분)
수고 했습니다!!(꾸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4시18분)
이거에서 (경력란이 비어 있는 입학원서와 경력란을 덧붙인 입학원서를 사진으로 보내며) 이거로 저거 칸에 맞춰 만들고 붙이고 컬러사진을 출력해 또 붙이고 스캔하고 왔다갔다ㅜㅜ(아들을 가리켜) 이놈!!!(정 전 교수, 4시22분)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 쪽 “2017학년도 후기 대학원 입시 비정상적…합격할 수 있었는데”
조 전 장관 쪽은 반박 질문을 이어갔다 . 우선 2017학년도 후기 연세대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지원한 조씨의 심사 결과표를 제시하며 당시 조씨가 불합격하게 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당시 조씨는 예비 5번으로 최종 불합격했다. 결원 보충 대상자는 합격자가 등록하지 않아 결원이 생기면 합격할 수 있는데도 내부적으로 예비 4번까지만 결원 보충 대상자로 정해 조씨가 떨어졌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들의 2018학년도 전기 연세대 대학원 부정지원 혐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질문이었다.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겉돌자 결국 재판부는 “무엇을 입증하려는 것이냐. 무슨 목적으로 증인을 신청했느냐”며 양쪽 모두를 꾸짖었다. 검찰은 “핵심적인 증인이 아닌 것은 맞다. 허위 서류가 제출된 과정에 이씨가 관여돼 참고인으로 이씨를 조사했을 뿐인데도 왜 조 전 장관 쪽이 이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동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조 전 장관 쪽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보면, 아들이 교학팀 전자우편으로 제출한 자료들이 실제 심사에 활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 아들이 입학원서 접수를 완료한 뒤 전자우편으로 다시 제출한 것은 맞지만, 허위 경력을 내지 않았고 처음 제출한 입학원서만 입시에 활용돼 이후 제출한 입학원서는 활용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 쪽은 이어 “직접적인 쟁점은 아니지만 2017학년도 후기 연세대 대학원 입시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아들이 그때 합격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가 “(관련)자료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조 전 장관 쪽이 “관련자들의 진술과 업무 프로세스상 가능성이 있다”며 자료를 내놓지 못하자, 재판부는 “증인신문으로 입증하기 전 그런 주장을 해야 하지 않는가. 재판하면서 그런 주장은 처음 듣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의 질타에도 조 전 장관 쪽은 비슷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이날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아무개 연세대 교수에게도 조씨가 2017년 후기 연세대 대학원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이
2017년 후기 연세대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지원한 조씨를 면접한 황아무개 연세대 교수의 검찰 진술을 제시했지만, 공방은 계속됐다. 황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조씨는 면접 당시 전공과 관련된 이론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고, 자신이 어떤 전형에 지원했는지조차 몰랐다. 그래서 본인이 지원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거듭된 설명에도 조 전 장관 쪽의 추궁이 이어지자 조 교수는 “석·박사 통합과정은 석사, 박사 과정보다 엄격하게 따진다.
일부러 특정 학생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고, 조 전 장관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의도를 갖고 조씨를 불합격시킨 것이 아니냐고 유도 질문하는데 소양이 충분한 학생을 뽑아 잘 교육시키는 것이 목적일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증인신문 마친 뒤 발언권을 얻어 “이번 일로 학과의 명예가 실추됐다. 대학이 갖고 있는 아카데미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열릴 예정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