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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 여성에게 문 열었지만 동료로 맞을 자세 안 되어 있다”

등록 2021-09-05 11:42수정 2021-09-06 10:04

박은정 민·관·군 합동위원장 인터뷰
민간 위원들, ‘평시 군사법원 폐지’ 주장
사법권 도려내는 개혁에 군은 ‘저항’
“군, 합동위의 권고안 실현하도록 노력을”
공군 성폭력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발족한 병영문화개선기구 민·관·군 합동위원회 박은정 공동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공군 성폭력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발족한 병영문화개선기구 민·관·군 합동위원회 박은정 공동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이아무개 중사 사건이 불거진 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80여명 위원(4개 분과)으로 구성된 민·관·군 합동위원회(합동위)가 지난 6월 출범했다. 합동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합동위는 군 성범죄 사건·사망 사건 등은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넘기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도출하는데 밑돌을 놨다. 그러나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반대하는 국방부와 군에 반발해 민간 위원 13명이 “누더기 개혁”이라며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이달 말 활동 종료를 앞두고 한창 마무리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박은정 합동위 공동위원장을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위원장은 합동위의 활동에 대해 “군이 여성에게 문은 열었지만 여성이 아닌 동료 군인으로 맞을 자세가 안 돼 있다”며 군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실현 가능한 권고안’을 내려는데 힘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합동위 활동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건 ‘평시 군사법원 폐지’였다. 사법권을 도려내는 개혁에 군은 저항했고, 합동위 민간 위원들은 군 내 발생 범죄가 은폐되고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원흉’이 군사법원이라고 맞섰다. 박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비군사범죄 전체를 민간법원으로 이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은 이상적이지만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관철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군 전투력과 관련 없는 사건은 모두 (군으로부터) 들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도 이 부분을 검토했지만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막았다. 국방부도 군의 논리를 관철해야 하는 이상 군과 합동위가 혼연일체가 되는 건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합동위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 권고안’을 지난달 26일 58명 위원의 참여로 의결(찬성 33명)했지만, 이는 같은 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에 문제가 있는 만큼 앞으로 군사법개혁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그때 (합동위 권고안이) 의미 있는 지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 연합뉴스
지난 6월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아무개 중사의 분향소. 연합뉴스
활동위 활동 기간 중 국방부와 군은 꾸준히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국회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 사항 검토’라고 합동위 위원들의 뜻을 왜곡해 보고 했다. 합동위 활 동 기간 중 일어난 해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출석 요구에 응한 해군 관계자들도 소극적인 답변으로 일 관해 민간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박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락할 때부터 민과 군 사이 불협화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도) 군이 불신을 자초한, 군의 업보”라며 “위원장으로서도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유감을 전했다”고 말했다.

사퇴한 민간 위원들은 국방부와 군에 단호히 맞서지 못하고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관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박 위원장의 책임론도 제기한다. 박 위원장은 “사퇴한 민간 위원들의 높은 개혁 의지도 존중한다”면서도 “실현 가능한 권고안 제시가 필요했다”고 항변했다. “권고안을 내면 군이 받아들여 실천하고, 정부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위원장으로선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권고안을 제시하기 저로선 어려웠습니다. 이거(군 사법제도 개선 권고안) 말고도 다른 많은 개혁적인 권고안들에 대한 국방부나 정부 수용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박 위원장은 군 성폭력 문제 발생 시 신고 조력·수사지·상담 업무 기능을 한곳에 모은 ‘성폭력 예방 방지 및 피해자 전담보호기구’ 설치 권고안을 ‘다른 개혁적인 권고안’의 예로 꼽았다. 피해자가 전담 기구를 통해 신고 때부터 모든 지원을 받고, 필수 인원에게만 사건을 공유해 2차 피해를 막는다는 구상이다. 합동위는 △성폭력 수사 사건 종결 전에 가해자가 피해자를 역신고 하지 못하도록 하고 △진술조사 시 피해자를 배려한 질문내용의 정비 등 수사 실무 개선 권고안도 내놨다.

박 위원장은 “합동위 활동 뒤에도 권고안을 국방부가 잘 시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점검추진단 개설을 제안했고, 장관도 이를 검토한다고 했다”며 합동위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 역시 더 솔직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합동위의 권고안을 실현하도록 노력해달라”며 군의 변화를 촉구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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