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어디사람 프로젝트’ 결과
“20~30대 지역차별언어 피해 경험”
3~6월 설문조사 결과 드러나
“언어적 감수성 살려서 해결 가능”
“20~30대 지역차별언어 피해 경험”
3~6월 설문조사 결과 드러나
“언어적 감수성 살려서 해결 가능”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에 대한 일베들의 댓글 공격은 해외 언론도 주목한 뉴스거리였다.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가 페미니스트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그를 향해 온갖 혐오 표현을 쏟아낸 것은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에 충분했다. ‘숏컷’과 함께 그를 공격하는 데 동원된 말은 ‘세월호 뱃지’, ‘여대’, ‘광주 출신’ 등이었다. 이 말들이 왜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되는지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간의 이성과는 거리가 먼 ‘배설’ 행위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소속 회원과 일반 시민 450명을 상대로 ‘지역차별언어’ 피해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0명 중 9명이 지역차별언어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지역차별언어 경험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92%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경험 빈도가 낮지만, 다수가 경험했다고 답한 것은 지역차별언어의 수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별 이슈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희망제작소는 20~30대 젊은층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희망제작소는 “차별경험 빈도의 평균치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차별을 경험하는 형태와 빈도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참여자에 견줘 지역차별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희망제작소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차별언어의 유형을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서울중심주의 △인터넷과 혐오 문화 3가지로 분류했다.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언어는 의외로 많다. 감자바위, 핫바지, 깍쟁이, 뺀질이, 홍어, 깽깽이, 과메기 등이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시골 깍쟁이 서울 곰만 못하다’ 등의 속담에도 지역차별적 요소가 있다.
인터넷에서 쓰이는 혐오 표현은 글로 옮기기가 민망할 정도다. 2012년 일베 등장 이후로 지역에 대한 혐오나 비하 댓글이 인터넷 문화나 놀이로 자리잡았다. 희망제작소는 “빈곤 혐오와 지역을 결합하여 차별하거나, 범죄 기사 등에서 사건 사고를 지역성과 엮는 댓글이 만연하다. 재난에 있어서도 지역을 동료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타자화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언어적 감수성을 키우는 등 지속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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