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6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담당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두고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임 전 차장 쪽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23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재판부는 “변호인은 이 사건 재판장에 대한 주관적인 불만을 이유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기피신청을 했다”며 “이는 소송 진행을 지연시키려 함이 명백하다. 기피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임 전 차장 쪽은 지난 17일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바 있다. 재판부 기피신청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다른 법관에게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소송 진행이 정지되지만, 형사소송법은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기피신청을 하는 것이 명백한 때’에는 신청을 받은 법원이나 판사가 이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날 재판부의 결정에 임 전 차장 쪽은 즉각 반발했다. 그의 변호인은 “(기각은) 전적으로 부당한 결정”이라며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쪽은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윤 부장판사가 2017년 10월 대법원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 의혹 재조사와 관련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되는 특혜를 얻었다고 주장하며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임 전 차장 쪽이 재판장을 상대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9년 6월에도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으나, 1, 2심과 대법원 모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그해 6월 중단된 본안 재판은 지난해 3월에야 다시 열릴 수 있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