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그룹사노동조합대표단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의왕/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재용을 구속하라!”, “이재용 부회장님 환영합니다”
13일 오전 10시 5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상반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서울구치소 주변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 150여명이 몰려 혼란스러웠다. 가석방을 반대하는 시민은 “이재용 사면,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입니까”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었고, 찬성하는 시민은 “이재용 부회장을 응원합니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 9일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 직후부터 이어진 찬반 논란이 출소 당일까지 고스란히 이어진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 출소 2시간 전부터 구치소 앞에 모인 사람들은 확성기를 켜고 고함을 쳤다. 구치소 곳곳에는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달라”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1% 특혜 가석방” 등 문구가 적힌 깃발과 손팻말이 나부꼈다. 찬반 단체 사이에서 고성 오가거나 사소한 다툼이 발생하긴 했지만 심각한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삼성그룹사 노동조합대표단 등은 이 부회장 출소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께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을 비판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으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임을 보였다”며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정의와 공정은 자본을 위한 정의와 공정임이 분명하게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의 특혜로 나온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청년 정의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구치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 석방을 결정한 정부를 비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국정농단 범죄자 재벌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든다”며 “박근혜 정권 시절 재벌 석방은 잘못이지만 문재인 정권의 이재용 석방은 문제가 없다는 여당의 강변은 내로 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출소를 찬성하는 단체들도 이들 근처에서 손팻말을 들거나 확성기를 틀고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오전 출소한 이 부회장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석방 기간 보호관찰을 받는다. 취업제한 규정도 받는다. 특정범죄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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