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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퇴사 압박하곤, 권고사직 안돼…실업급여 갑질

등록 2021-08-08 17:38수정 2021-08-09 02:43

지원금 받으려 자발적 퇴사 처리 등
영세업체 ‘구직급여 신청 방해’ 늘어
실업급여 신청을 받는 한 고용센터. 연합뉴스
실업급여 신청을 받는 한 고용센터. 연합뉴스

“회사에서 일하다가 다쳐서 쉬던 중 퇴사 압박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정부지원금을 이유로 권고사직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에 항의하자 다시 출근하라고 종용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면 괴롭힘을 받을까 봐 두렵습니다.” (ㄱ씨)

“최저임금도 못 받아 어쩔 수 없이 퇴사하게 됐는데 사업주가 ‘개인 사유로 인한 퇴사’로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해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ㄴ씨)

회사의 ‘갑질’로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문을 두드린 이들의 사례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년간(2020년 5월~2021년 4월) 제보받은 60여건의 구직급여 관련 상담 사례를 모아 분석한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노동자들이 구직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려고 수급 신청 과정 단계마다 사업주들이 다양한 부당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퇴사 종용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동원하거나, 정부지원금 등을 이유로 자발적 퇴사로 처리하겠다고 요구하는 경우(구직급여 신청 전) △해고, 권고사직 등의 비자발적 사유로 퇴사했지만, 사업주가 이직 사유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구직급여를 받기 어렵게 되는 경우(구직급여 신청) △구직급여를 수급하는 동안 무급으로 출근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구직급여 수급) 등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자리안정자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는 영세사업장·중소기업에서 많이 벌어진다. 정부지원금은 경영상 사유에 의한 권고사직, 해고 등으로 노동자를 퇴사시키는 경우에는 지급이 중단된다. 보고서는 “이를 이유로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에게 자진 퇴사 형식을 강요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노동자를 괴롭혀 스스로 퇴사를 선택하게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사업주만 작성권한을 가진 ‘이직확인서’가 구직급여 신청 단계에서 악용된다고 짚었다. 이직확인서는 이직자의 피보험단위 기간, 이직 전 1일 소정 근로시간, 이직 사유, 평균임금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노동자가 퇴사하면 사업주가 피보험자격상실 신고를 하면서 고용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는 “사업주가 이직자의 구직급여 수급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직확인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5년간 근로복지공단이 거짓으로 작성된 이직확인서 관련 과태료를 부과한 게 연평균 1355건으로, 노동자가 (이직확인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공단에 제기하는) 연평균 고용보험 상실사유 확인청구 2만6649건의 5%에 불과하다”며 이직확인서 거짓 작성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는 경우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점도 구직급여 수급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노동자는 직장갑질119에 “회사에서 3년간 따돌림을 당하다가 결국 퇴사한다. 절대 자발적인 퇴사가 아니라 구직급여를 받고 싶지만 저를 하대하고 무시하거나 인상을 쓰는 등의 갑질이라 따돌림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호소했다.

보고서는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노사에 균등하게 분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경우, 노동자에게 있는 입증 책임을 완화 △정부지원금 중단 사유에 ‘자진 퇴사 강요’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실업급여를 둘러싼 문제를 개선하려면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수급 자격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발적 퇴사자를 포함한 모든 퇴사자에게 수급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짚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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