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정 앞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 움직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법조경력을 낮추면 판사의 독립을 위해 어렵게 물꼬를 튼 법원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선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은 5일 온라인으로 열린 ‘법조경력 단축, 왜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연차완화가 법원 관료주의, 순혈주의, 특권구조,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타개하려고 도입한 ‘법조일원화’ 도입 취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숙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조일원화란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력자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제도다. 법원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 국민과 동떨어진 판결 등이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경험 없는 젊은 법조인들을 성적순으로 선발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11년 도입돼 2013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10년 이상 일한 법조인이 판사가 되면 부장판사의 판단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고, 법원 외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판결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다만, 인력 충원 여건 등을 고려해 최소 법조경력을 2013~2017년은 3년, 2018~2021년은 5년, 2022~2025년 7년, 2026년 이후 10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달 판사 임용 경력요건을 완화해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서선영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연차완화론은 (재판연구관에서 로펌을 거쳐 판사로, 또는 판사에서 로펌으로 순환되는) 특권 경계를 넓히고, 판사 평균 연령만 높이는 새로운 폐단을 발생시키는 이상한 제도로 고착시킬 위험이 크다”며 “10년 틀은 유지하면서 최소 법조경력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법원조직법 부칙을 수정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회의 법원조직법 개정 움직임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 (법조일원화를 담은) 법원조직법이 통과될 때 행정부와 사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함께 결론을 만들었는데 (해당 법안이) 수정되는 과정은 합의 과정에 비해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했다”며 “제도가 바뀌었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은 재판을 받는 사람들인데도 설문조사 한번 이뤄지지 않아 공론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공론화 절차가 뒤바뀌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다양한 사회주체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권으로부터 판사의 독립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철학과 공공성·공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간, 형사재판 또는 가사재판 단독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경력 등을 종합하면 당연히 10년이 최소한으로 필요하다”며 “5년 경력자 임명이 법조일원화의 본래 의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참여연대, 민변 사법센터,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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