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윤우진 사건’부터 무한반복되는 검찰의 ‘민낯’ 고 김홍영 검사 폭행한 상관은 5년 만에야 유죄 판결 ‘룸살롱 향응 검사’ 기소돼도 윤석열 사과 않고 퇴임
별도의 기관 통한 강력한 견제 없이 ‘악순환’ 못 끊어 공수처 ‘검사 비위’ 수사 방해하려는 검찰 시도 막아야
[논썰] 무한 반복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요지경 한겨레TV
안녕하십니까. 한겨레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이번주에는 검찰의 민낯을 드러내는 뉴스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관련된 것들인데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이 말도 이젠 참 지겹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아무리 비판을 받아도 놀랍도록 되풀이되고 있으니 거듭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논썰] 무한 반복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요지경. 한겨레TV
지난해 6월 부산의 한 밤거리에서 부장검사가 지나는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횡단보도에 서 있던 여성에게 다가가 뒤에서 두 손을 어깨에 얹었습니다. 여성이 놀라 자리를 피하자 700m나 뒤쫓아갔고 햄버거 가게로 피신한 여성을 따라 들어갔습니다.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요, 이런 모습들이 CCTV에 고스란히 찍였습니다. 그러나 이 부장검사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는데 부산지검은 지난해 10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이 검사는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5월 감봉 6개월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일반 회사라면 ‘해고감’인데 검찰은 ‘영전’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 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이동해 있던 이 검사는 지난 2일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 부부장검사로 사실상 ‘영전’했습니다. 징계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인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긴 것입니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행위인데도 덮어버리고, 마지못해 경징계를 한 뒤 인사에서 ‘배려’를 함으로써 결국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일반 회사라면 해고감인 행위를 저질러도 이렇게 무사히 넘어가는 게 대한민국 법집행 기관인 검찰의 현실입니다.
검사를 형사처벌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고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이 있습니다. 김 검사는 2016년 직속 상관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서른셋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직속 상관에 대한 감찰조차 미적대다가 고인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자 마지못해 감찰을 벌였습니다. 이를 통해 직속상관인 김대현 부장검사의 폭언·폭행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해임만 하고 형사처벌은 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대한변호사협회가 폭행 등 혐의로 고발을 하자 겨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마저도 시간을 끌다가 유족들이 직접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하고 심의위에서 기소 권고가 나오자 겨우 불구속 기소를 했습니다.
김홍영 검사 유족 “가해자 처벌 저절로 안 돼”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었는데요,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7월6일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정의를 추구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폭행과 폭언으로 인권을 침해했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김홍영 검사의 유족들은 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가해 부장검사가 형사처벌에 이르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가해자 처벌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과 정부는 가해 부장검사의 처벌 과정과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은 ‘지체된 정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논썰] 무한 반복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요지경. 한겨레TV
몇해 전 불거졌던 ‘스폰서 검사’ 사건과 관련한 추가 의혹도 나왔습니다. 스폰서의 수사 편의를 봐주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형준 부장검사가 처벌을 받았는데요, 당시 수사에서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빌린 4천만원을 뇌물에서 제외했었습니다. 이 부분을 경찰이 다시 수사해 지난해 10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이 이제서야 공수처로 이첩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검찰의 검사 관련 사건 불기소율은 99%에 이릅니다. 전체 사건의 불기소율은 59%라니 현격한 차이가 납니다.
국민 조롱 받은 ‘룸살롱 검사 99만원 불기소’
[논썰] 무한 반복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요지경. 한겨레TV
지난해 연말 온 국민의 조롱을 받았던 룸살롱 술접대 검사 ‘99만원 불기소’ 사건의 잔상이 아직 또렷한데도 또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을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술접대 검사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국민께 사과드릴 일이 있으면 사과와 함께 정말 근본적 개선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나오고 해당 검사가 기소된 뒤에도 윤 전 총장은 사퇴할 때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지휘부가 검사 비위에 대해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으니 조직 차원의 진지한 성찰이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논썰] 무한 반복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요지경. 한겨레TV
사실 권력을 가진 집단에 스스로 경계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권력을 쪼개고 서로 견제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꾸준히 개혁을 해왔던 겁니다.
유럽연합 반부패기구인 ‘그레코’가 검찰에 대한 독립적인 감찰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검사의 비위 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은 자체 지휘계통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은 ‘음주운전 검사’도 홈페이지 공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법무부 감찰관이 장관 휘하에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별도로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립적 지위를 갖습니다. 장관도 특정 사안의 감찰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 감찰관이 법무부 산하의 연방 검찰,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 등 법집행 기관들을 감찰하고 수사·기소까지 합니다. 그 결과는 국회에도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또 법무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합니다. 수사받는 친구에게 조언을 해준 검사,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검사, 음주운전한 검사, 성추행 검사 등의 사례가 자세히 소개돼 있습니다. 언론 보도로 주목을 끈 사건 이외에는 검사가 어떤 사유로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알기 힘든 우리 사정과 대비됩니다.
영국 사례도 볼까요. 영국에는 검찰청이 있고 우리의 공수처와 엇비슷한 중대범죄수사청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감시하는 검찰감찰청이라는 별도의 기관을 또 두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사건 처리의 적절성, 피해자·증인들의 평가, 인권 침해 여부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와 함께 권고사항을 공표합니다.
우리나라도 검사의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 신설과 경찰의 수사 자율권을 확대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얼마 전 의미 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 한 부장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입니다. 요즘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의 전방위 금품 로비 사건’과 관련해 이 부장검사의 금품 수수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입니다.
번번이 기각되는 ‘검사 관련 범죄’ 영장
[논썰] 무한 반복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요지경. 한겨레TV
압수수색 영장을 포함한 모든 영장 청구는 검사의 전속적 권한이어서 그만큼 오남용도 많았습니다. 특히 경찰이 검사나 그 친인척의 비리를 수사할 때 각종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막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경찰이 전·현직 검찰 공무원 범죄와 관련해 영장을 신청한 55건 가운데 검찰을 통과한 것은 10건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특히 체포·구속영장은 9건 모두 검찰에 가로막혔고, 검찰청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모두 불허됐습니다. 헌법이 독점적으로 부여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 식구 감싸기에 적극 이용했던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입니다. 경찰이 통신영장 4차례, 체포영장 2차례, 압수영장 1차례, 금융영장 1차례 등 8차례나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기각했습니다. 수사를 아예 막아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놓고 검찰은 증거 부족이라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지난번 논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으로 자세히 다룬 ‘윤우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사건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7차례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 중 6번이 검찰에서 기각됐습니다. 별 의미 없는 첫번째 영장만 통과시키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나머지 영장은 모두 막아버린 것입니다.
‘검찰 개혁’ 이유 여전히 차고 넘쳐
제도적 변화를 통해 이런 일들이 다시는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문제는 여전히 검찰입니다. 공수처의 검사 비위 수사를 어떻게든 훼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법은 검찰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로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발견’의 의미를 ‘자체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있음을 확인했을 때’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종전처럼 자체적으로 수사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공수처로 넘기지 않고 그냥 덮겠다는 것입니다. 이전과 달라지는 게 없는 셈입니다. 이는 검사 비위를 공수처가 우선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공수처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권력을 가진 집단에 스스로 경계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공수처법의 해석을 검찰에 맡겨선 안 됩니다. 법을 고쳐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검찰 자신을 위해 쓰는 악습은 여전합니다. 검찰개혁이 지겹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검찰이야말로 지겹도록 개혁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검찰을 개혁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차고 넘칩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도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