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까지만 의료비 내자는 시민운동 출범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 선행되어야
상한제 통해 사회연대성과 안전망 강화 기대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 선행되어야
상한제 통해 사회연대성과 안전망 강화 기대
지난 6월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열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제공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가는 대장정에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를 이미 돌파했고 세계 경제 강국 10위권이란 위상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하고 많은 국민들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빈부 초격차 불평등 사회이고 이로 인한 국민 간 분열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국가에서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국민은 각자도생 고난의 길을 걷는 형국이다.
이는 최근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온 시장만능 사회경제체제의 폐단이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한 민생고 중 하나가 국민 의료보장의 문제인데,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고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연간 약 50조원의 가계지출을 감당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면서 나타난 이중고의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병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며 사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어린이부터”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운동을 2016년에 시작하였다. “아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것이 맞는가?”란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그 대안을 국민과 함께 찾았고, 국민들 공감 속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우리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국민이 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정상인가?” 이것이 비정상이라면 정상화의 길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도’를 제안한다. ‘100만원 상한제’는 모든 국민은 자신의 병원비를 1년에 100만원까지만 부담하고, 그 이상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선진 복지국가에서 실시하는 무상의료 정책 대부분이 이러한 원리로 운영되고 있다.
아프나 안 아프나 병원비 불안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일 년에 200만~300만원씩 납입하는 것과, 민간의료보험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을 국민 모두가 조금씩 건강보험료로 더 내서 아플 때만 일 년에 100만원까지만 부담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국민에게 유익한 선택인지는 어린아이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운동을 국민과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 100만원 상한제는 실손보험에 의지하는 국민의 병원비 불안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는 것이고 사회연대 공동체를 경험하여 다른 영역의 복지담론을 활성화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문제를 해결하자는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에 많은 국민과 단체가 관심 가져왔다. 아직 다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으나 오늘 ‘병원비백만원연대’를 출범하는 것은 32년 전인 1989년 7월1일에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전국민 의료보험’이 확대되었고, 또한 2000년 7월1일에는 이전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해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이 통합 출범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병원비백만원연대는 더 많은 국민과 더 많은 단체들의 힘을 모아 병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며 사는 국민을 구하고, 민간 실손보험이 의료서비스체계를 시장화시키는 병폐를 멈추도록 할 것이다. 더 이상 병원비로 눈물 흘리는 이웃이 없도록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서만큼은 불평등이 없도록 할 것이다. 돈 있는 만큼 치료받는 세상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국민과 함께 만들 것이다.
- 병원비 부담을 해소하고 건강권을 보장하는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자.
- 매년 국민이 50조원씩 부담하는 사보험비 지출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
-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향한 국가계획을 수립하라.
2021년 6월30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6월30일 출범식 기념 토론회에서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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