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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국민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로 건강권 도모하자”

등록 2021-07-05 09:48수정 2021-07-05 09:57

‘100만원’까지만 의료비 내자는 시민운동 출범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 선행되어야
상한제 통해 사회연대성과 안전망 강화 기대
지난 6월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열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제공
지난 6월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열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제공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병원비가 100만원이 넘지 않도록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닻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가 출범식와 함께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병원비백만원연대의 전신은 2016년 59개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다. 당시 만 15살 이하 어린이의 입원치료비를 전액 건강보험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하면서 ‘어린이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법’ 등 입법운동을 처음 전개했다. 이번에 그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앞으로 건강보험의 보장 목표는 보장률보다 일정 수준 이상 의료비 부담을 해결하는 ‘본인부담 상한제’ 정책이 되어야 한다”며 취지와 개요를 설명했다. 개인별 연간 100만원의 의료비 상한선을 마련하고 초과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해,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장성 중심 의료체계의 단점을 보완하고 건강보험을 실질적 안전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총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율을 말한다. 2019년 현재 64.2%로 최근 10여년간 62~65% 사이를 오갔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 중 하나가 보장률을 70%까지 올리려는 것이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시장의 팽창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보장성을 확대하니 의료공급자들이 비급여 의료 공급량과 가격을 높인 것이다. 보장성이 80%까지 높아져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이 많다면 의료비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학적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 작업은 필수적으로 동반, 선행되어야 한다”며 전제조건을 달았다. 현행 비급여 가격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학적 비급여 항목들이 건강보험에 편입되어야 의료비 상한제가 실효성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의료비 상한제는 경증의 소액진료자보다는 중증질환 고액진료자에게 분명한 혜택이 돌아간다. 국민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에서 운영 중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는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다. 지급이 최장 1년 반이나 걸린 사례도 있다. 당장 고액 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비판했다.

관건은 재원이다. 2019년 총의료비는 약 102.6조원으로 건강보험 부담은 약 64.9조, 환자 부담은 약 37.7조원이다. 병원비백만원연대 쪽은 의학적 비급여 비중(47.5%)을 반영해 총의료비 중 7.6%, 약 8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가는 대장정에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를 이미 돌파했고 세계 경제 강국 10위권이란 위상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하고 많은 국민들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빈부 초격차 불평등 사회이고 이로 인한 국민 간 분열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국가에서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국민은 각자도생 고난의 길을 걷는 형국이다.

이는 최근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온 시장만능 사회경제체제의 폐단이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한 민생고 중 하나가 국민 의료보장의 문제인데,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고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연간 약 50조원의 가계지출을 감당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면서 나타난 이중고의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병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며 사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자 “어린이부터”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운동을 2016년에 시작하였다. “아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것이 맞는가?”란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그 대안을 국민과 함께 찾았고, 국민들 공감 속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우리는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국민이 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정상인가?” 이것이 비정상이라면 정상화의 길을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도’를 제안한다. ‘100만원 상한제’는 모든 국민은 자신의 병원비를 1년에 100만원까지만 부담하고, 그 이상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선진 복지국가에서 실시하는 무상의료 정책 대부분이 이러한 원리로 운영되고 있다.

아프나 안 아프나 병원비 불안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일 년에 200만~300만원씩 납입하는 것과, 민간의료보험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을 국민 모두가 조금씩 건강보험료로 더 내서 아플 때만 일 년에 100만원까지만 부담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국민에게 유익한 선택인지는 어린아이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운동을 국민과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 100만원 상한제는 실손보험에 의지하는 국민의 병원비 불안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는 것이고 사회연대 공동체를 경험하여 다른 영역의 복지담론을 활성화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문제를 해결하자는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에 많은 국민과 단체가 관심 가져왔다. 아직 다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으나 오늘 ‘병원비백만원연대’를 출범하는 것은 32년 전인 1989년 7월1일에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전국민 의료보험’이 확대되었고, 또한 2000년 7월1일에는 이전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해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이 통합 출범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병원비백만원연대는 더 많은 국민과 더 많은 단체들의 힘을 모아 병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며 사는 국민을 구하고, 민간 실손보험이 의료서비스체계를 시장화시키는 병폐를 멈추도록 할 것이다. 더 이상 병원비로 눈물 흘리는 이웃이 없도록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서만큼은 불평등이 없도록 할 것이다. 돈 있는 만큼 치료받는 세상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국민과 함께 만들 것이다.

- 병원비 부담을 해소하고 건강권을 보장하는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자.

- 매년 국민이 50조원씩 부담하는 사보험비 지출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

-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향한 국가계획을 수립하라.

2021년 6월30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6월30일 출범식 기념 토론회에서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제공
6월30일 출범식 기념 토론회에서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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