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뉴스AS] ‘학력 차별’ 금지법이 노력금지법?…‘기회의 평등’ 달라는 것!

등록 2021-06-29 17:06수정 2022-08-18 15:28

[뉴스AS]
차별금지법에 ‘학력 차별’ 포함
교육부 “학력은 노력 따라 달라”
핵심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금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공동으로 ‘차별금지 평등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5월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공동으로 ‘차별금지 평등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5월3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교육부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 대상에서 빼자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학력에 의한 차별을 법률로 규제할 경우 과도한 규제”라는 게 교육부의 의견이다. 그러나 현행법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차별 진정 결정례 등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에 대해 문제시하고 이를 금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왔다. 차별금지법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을 재정비하는 취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고용정책기본법 등 각종 법은 이미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학벌을 이유로 고용, 재화·시설 이용, 교육훈련, 행정서비스 이용 등에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차별금지법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차별금지법은 차별 피해자가 ‘악의적 차별’을 당했을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포함시킨 것이 이전 법과 차이를 보인다.

29일 <한겨레>가 2002~2019년 사이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결정례를 살펴보니, 학력 차별과 관련된 결정례는 33건이었다. 일부의 우려처럼 ‘학력 때문에 채용에서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진정이 ‘학력 차별 없이 응시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고, 인권위는 이에 대해 대부분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예연구직 응시자격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모두 관련 학과를 전공한 자로 제한한 것에 대해 인권위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사를 취득하고 학예사 자격과 사립미술관 근무경력이 있음에도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응시 자체를 하지 못한 한 진정인의 진정에 대한 판단이었다. 인권위는 지방공무원법이나 다른 지자체, 유사기관의 사례를 검토해 ‘동등 이하의 학력’이 필요한 요건이라 보기 어렵다며 이를 차별행위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2006년 국민은행의 ‘개인금융 및 기업금융’ 부문 정규직 신입직원 채용 시 응시자격을 4년제 대졸자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자로 제한한 것은 학력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아니더라도 실무경력 및 자기계발을 통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응시자격을 4년제 대졸 학력자로 제한함으로써 정규직 신입사원으로의 입직을 시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고용차별”이라고 설명했다.

채용 시 학력 제한과 관련된 진정 중에서는 고학력이라 당한 역차별 사례도 있었다. 2014년 인권위는 생산직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지원 자격을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로 제한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봤다. 피진정인인 ㄱ주식회사는 대졸자가 채용될 경우 기존 고졸 출신 근로자와 연령, 직급, 근속연수 등이 엇갈려 조직의 화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며, 학력에 따른 차등 임금 인정 여부 등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이를 합리적인 이유로 보지 않았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학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학력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차이를 두는 게 무조건 금지되는 게 아니라 그런 차이가 합리적 이유가 있다거나 해당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교수 채용 시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하는 것이나 학사와 석·박사 간 연봉 차이도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는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오해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차별금지법이 ‘학력 차별’ 등 다양한 차별 행위를 포괄하는 것은 차별을 재정의하고, 차별을 다루는 사회적 준거틀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어떤 사안이 차별에 해당하는지, 서로 다르게 대우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예외로 봐야 하는지는 사회가 각각의 사안마다 논의하고 소송으로 다투는 과정을 통해 성립된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합리적 처우인지 불합리한 차별인지를 다툴 수 있는지를 기준 자체가 없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조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수정 의견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우연 김윤주 기자 az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