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에 따른 대체복무 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6월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 대체역 편입 신청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오수환(32)씨는 지난 1월 대체역 심사위원회(심사위)에서 대체역 편입을 인정받았다. 심사위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라,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한 첫 사례였다.
오는 29일로 출범 1주기를 맞는 심사위는 출범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보호와 병역의무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특히 지난 1월 오씨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평화주의 등 다양한 신념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한국 사회에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심사위가 출범 초기에는 기대와 달랐다고 입을 모은다. 심사 과정이 형벌을 전제로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하는 형사재판의 판단 기준과 상당 부분 유사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지난해 10월 심사위의 사실조사를 받으며, 조사관으로부터 ‘임진왜란이나 일제 침략 때 무력으로 맞서 싸운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무루(활동명·22)씨도 지난 1월 사실조사 과정에서 조사관에게 ‘병역거부자가 많아지면 나라는 누가 지키는가’ 등의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검찰 신문과 유사한 내용이었다. 한 심사위원은 사전심사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아가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은가’라며 심사 범위를 벗어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긍정적인 것은 이런 질문이 심사위원들에게 공유되면서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다. 유균혜 심사위 사무국장은 “심사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국외 심사제도나 판례에 제시된 판정 방법을 참조한 탓”이라며 “(이런 일들을 계기로 심사위) 심사는 형사재판과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고 심사위원들이 반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심사위는 사실조사에 앞서 조사관이 상급자에게 질문지를 제출해 검증되지 않은 질문을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심사위원인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조사 내용은 사전심사와 전원심사를 거치며 집단지성을 모아 인권친화적 질문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는 대체역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부모 진술서 제출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 작업도 추진 중이다. 성인이 된 이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하는 데 부모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하려는 병역거부자는 부모와 주변인 진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심사위는 출범 뒤 지난 4월까지 2113명의 대체역 편입신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1208명(법원 무죄 확정 판결에 따른 자동 인용 포함)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했다. 기각 결정을 받은 이는 1명, 2명은 서류 미제출 사유로 각하됐다. 나머지 902명은 사실조사와 심사를 받고 있다. 대체복무가 허용된 이들 가운데 1204명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고,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이는 4명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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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념은 아직도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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