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ㄱ(20)씨를 감금한 채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2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특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2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피의자들은 휴대전화 소액 결제 등으로 ㄱ씨에게 약 600만원을 뜯어낸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김아무개(20)·안아무개(20)씨에 대해 “지난 4월1일부터 (ㄱ씨가 숨진) 6월13일까지 (김씨의) 주거지에 감금 한 후 지속적으로 폭행·상해 등 가혹행위를 해 살해한 점이 인정된다”며 특가법상 보복범죄 가중처벌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가혹 행위가 앞서 ㄱ씨가 이들을 상대로 고소(상해죄)한 것에 대한 보복 목적이 있다고 본 것이다. 살인 혐의에 특가법을 적용하면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들은 지난해 9월 ㄱ씨가 자신들의 노트북을 파손했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소액 결제,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 개통 후 판매 등으로 ㄱ씨에게 약 6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11월 사이 피의자들이 ㄱ씨에게 수차례 폭행·상해 등을 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지난해 11월 ㄱ씨가 자신들을 상해죄로 고소한 뒤 이를 보복하려 한 정황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피의자들이 ㄱ씨를 대구에서 서울로 데려간 지난 3월31일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해당 계약서에는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들은 ㄱ씨에게 고소 취소 의사를 밝히도록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찰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공동강요·공동공갈, 영리약취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이들과 함께 살게 된 4월1일부터 실질적 감금 상태에 처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ㄱ씨는 지난 1일부터 사망한 13일까지 한 번도 집 밖에 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5월 사이 ㄱ씨는 두 차례 물류센터 노동을 강요당하고 주거지도 세 번 옮기는 등 외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이 그때마다 한명씩 동행하며 ㄱ씨가 자신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각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보복 살인에 대한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씨의 위치를 이들에게 알려준 혐의(영리약취 방조) 등으로 ㄱ씨의 고등학교 동창 1명을 추가로 불구속 입건해 피의자 2명과 함께 송치하기로 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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