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 등교 모습.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ㄱ씨는 올해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학생들을 마주하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이 학생들은 지난해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등교 축소를 겪었다. 초등학교에서 상급 학교인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달라진 친구 관계나 학습 환경에 적응해야 했지만, 원격수업이 주가 되면서 이런 기회를 차단당했다. 그러면서 학습 격차도 생기기 시작했다. 등교해서 수업을 하면 옆 친구를 관찰하면서 자기가 모자란 점도 알게 되고, 언제든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원격수업은 그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영어 알파벳에도 기초가 없는 학생들이 보이더라고요. 단어시험 20개를 보면 시간을 넉넉하게 줘도 오답률이 높은 학생들이 4명 정도 있어요. 그 학생들은 알파벳을 거의 보고 그리는 상황이에요. 어려움이 큽니다.” ㄱ씨의 말이다.
올해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ㄴ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ㄴ씨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학력 격차는 있었지만, 코로나19 원격수업 때문에 더 심해졌다. 학교에 안 나오면 놀면 되는구나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은 더 낮아지고, 중간도 하위로 더 많이 내려갔다”며 “올 1학기 초에 초등학교 1~2학년 전면등교를 할 때 중학교 1학년도 했으면 됐는데, 왜 안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일 공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통해 확인된 코로나19 등교축소로 인한 학습 결손의 대책 중 하나로 올해부터 3년 동안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누적된 결손을 추적하는 ‘코로나19 대응 중장기 종단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 대책이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코로나19 대응 중장기 종단조사’ 대상으로 초등 3학년과 중2를 선정한 건 이 2개 학년이 코로나19로 인한 ‘취약학년’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 2개 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초등 1~2학년 혹은 중1이어서 새 환경을 접해야 했지만, 실제로 학교에 거의 가지 못해 적응이 어렵고 학습 결손도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이런 문제가 이미 지난해 모두 제기됐던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부터 “새롭게 학교급으로 진입하며 전반적인 생활 습관을 잡아줘야 하는 초1과 학습 습관의 기초를 기르는 시기에 있는 중1은 원격수업으로 인해 드러나는 문제가 가장 큰 학년”이라며 초1과 함께 중1의 매일 등교를 추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1학기부터 지난해부터 시행한 ‘고3 매일 등교’ 원칙에 더해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만 매일 등교 대상으로 추가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자료를 내어 “종단조사 취지는 공감하지만 원격수업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지난해에 시작했다면 더욱 좋았을 일”이라며 “지금 시작하면 맞춤형 지원은 내년부터인지, 그럼 늦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학습과 교우관계 등을 고려해 중1 매일 등교를 하루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특히 국어, 영어, 수학은 위계형으로 구성돼 있어서 저학년 때 학습이 안 되면 뒤의 학습을 따라가기가 어렵고, 학습 방법도 저학년부터 한 번 굳어지면 고등학교까지 계속 가게 된다”며 “(중1 학생들이) 학습적으로 방치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대면 등교를 늘리고 선생님의 돌봄 등을 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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