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학부모 상담 팁
아이 문제 감추면 개입 시기 놓쳐
1학기엔 알려주고 2학기엔 묻고
치료 권유땐 진지하게 고민해야
아이 문제 감추면 개입 시기 놓쳐
1학기엔 알려주고 2학기엔 묻고
치료 권유땐 진지하게 고민해야
“뭘 물어봐야 되죠?” “막상 선생님을 뵈니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서 듣기만 하다가 나왔어요.” “아이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얘기해야 되죠? 괜히 아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될까봐 솔직히 얘기하기 어려워요.”
4~5월 새 학기 상담 시즌이 되면 맘카페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들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담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전화상담 또는 대면상담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급별로 첫 상담 요령을 짚어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상담을 할 때 학부모는 아이가 신체, 인지, 사회성, 정서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잘 발달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윤일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의 발달 수준과 관련해 학부모와 교사가 현저히 다르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에서 영유아 발달 선별검사지를 꼼꼼히 체크해본 뒤 그걸 기초로 상담에 와서 질문을 하면 아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체발달의 경우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키와 몸무게가 적당한지, 급식을 잘 먹고 있는지, 운동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면 된다. 인지발달의 경우 선생님 말을 잘 이해하는지, 자기 의사 표현을 잘하는지, 선생님이 내주는 과제를 잘 수행하는지 등을 체크한다. 사회성 발달의 경우 친구와 잘 어울리는지, 협동작업을 잘 수행하는지,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물어보고, 정서발달의 경우 아이의 눈에 띄는 성격적 특징이 있는지, 정서적으로 안정돼 보이는지 등을 알아보면 아이에 대해 크게 놓치는 것 없이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 상담의 경우 1학기와 2학기의 상담 포인트가 다르다. 1학기 상담 때는 ‘최대한 내 아이에 대해 알려준다’는 태도로 가는 게 좋다. 아이의 생활습관, 학습 수준, 사회성 부분에 대해 알려주고 염려되거나 바라는 바가 있으면 얘기하는 게 좋다. 김선호 초등학교 교사는 “부모님들이 혹시 교사가 아이를 안 좋게 볼까봐 아이의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 감추는 경우가 있는데, 감출수록 교사가 아이를 챙겨줄 수 있는 부분을 놓치게 되기 때문에 1학기 때는 최대한 정보를 오픈하는 걸 권유한다”며 “오픈할수록 우리 아이가 커버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교사도 상담을 하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오픈하는지, 얼마나 아이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지 다 느끼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게 느껴지면 교사의 책임감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2학기 상담의 경우 담임교사가 어느 정도 아이에 대한 파악이 끝났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좋다. ‘아이의 교우관계는 어떠한지’ ‘학습은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는지’ ‘수업 태도는 어떠한지’ 등 궁금한 질문 목록을 많이 만들어 가는 게 좋다. 특히 요즘은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 수행평가가 많기 때문에 과목별로 구체적으로 물어볼수록 아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다.
중·고교 상담은 아무래도 학습과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하지만 관계의 문제가 해결될 때 아이도 성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 때 아이의 전인적인 성장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교사들은 이야기한다. 김아네스 고등학교 교사는 “아이의 정서적 어려움은 외면하고 성적 얘기만 하고 아이의 성적과 거리가 먼 대학과 인문계고만 고집하는 부모님들은 너무 안타깝다”며 “교사를 아이의 안전과 성적을 책임져야 하는 노동자로만 보지 말고, 아이의 사회성, 이타성, 독립성을 같이 키워가는 동반자로 보고 상담에 임하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말했다. 김선희 중학교 교사도 “많은 부모님들이 교사를 자녀의 평가자라는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학교 체제의 보호자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교사도 아이를 같이 키워가는 든든한 동력자로 믿어줄 때 힘이 난다”며 “교사에게 ‘이런 걸 해주세요, 이렇게 지도해주세요’라는 식의 부탁에만 집중하면 너무 많은 책임을 부여받는다고 느낄 수 있기에 지금까지 아이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느 정도 발전했으며, 남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가정에서는 어떻게 지도하고 있는지 얘기해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학부모 상담 시간에 교사도 가장 어렵고 학부모도 가장 당황하는 대목이 부모가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의 사회성이나 정서에 대한 문제를 알려줄 때다. 이경희 고등학교 교사는 “아이의 문제를 얘기하면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으로 나오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가 굉장히 쉽지 않다”며 “부모가 비수용적 태도로 나오면 교사도 선을 지키면서 의무적으로 해줄 것만 해주는 태도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가 교사의 이야기를 수용해주면 교사가 훨씬 더 마음을 터놓고 같이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선호 교사도 “교사들이 부모님들이 덜 놀라시도록 최대한 약한 수준으로 말씀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은 좀더 심각하다고 받아들이시고 교사가 권유하는 검사나 치료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란법으로 인해 교직원에게 간식·음료수 제공도 금지돼 있어 상담 때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은 접어도 된다. 상담 때는 정해진 약속 시간을 꼭 지켜야 하고, 아이라는 상담 주제를 벗어나 개인적인 하소연을 하거나 선생님에 대한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할 대목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학부모 상담이 취소된 학교가 많았지만, 올해는 전화 또는 대면으로 새 학기 상담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입학식날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 부산/연합뉴스
유치원 상담은 영역별 발달 체크해야
초등 상담은 많이 오픈할수록 유리해
중·고교 상담은 정서적 문제도 확인해야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들었을 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