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이 대학, 이 학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전문대는 전문가를 키운다. 그동안 전문대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육성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꽃을 피워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첨단학과를 신설하고 현장 중심형 인재를 키우고 있는 전문대 정보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대학 이 학과’ 연재를 시작한다.
스물다섯 이채송씨는 외국계 대기업 3년차 정직원이다. 엘리베이터 분야의 손꼽히는 기업에서 현장직 첫 여성 엔지니어로 설치 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현재 승강기 기종 등을 관리하며 커뮤니케이션 직무를 맡고 있다. 홍콩에 있는 본부와 현장 기술자 사이의 국제 소통 업무를 담당한다.
외국계 기업인 만큼 영어로 소통하는 일이 잦다. 인문계 고교를 다닐 때부터 익혔던 영어 회화 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은 아직 일반대학교 4학년이거나 취업준비생이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를 졸업한 이씨는 전기·전자와 기계 쪽에 관심이 많아 ‘4년제 공대’ 입학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강기가 건물 어디에나 설치돼 있고 경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꾸준한 산업이라는 점, 한국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승강기 산업 국가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이색 학과인 승강기공학부를 택했다.
노희종 소장은 가정을 꾸린 뒤 만학도로 이 대학, 이 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뒤에는 승강기 관련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4년 만에 현장 소장(소사장)으로 독립한 뒤 억대 연봉을 달성했다. 실력 있는 후배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승강기 설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재학생의 진로 상담에 발 벗고 나서기 때문에 학과 커리큘럼만 따라가도 취업에 문제가 없다. 이경걸 진로취창업지원센터장은 “승강기 기술자의 요건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재학생의 95%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법정 자격인 ‘자체점검자’ 등 국가 자격증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현장실습을 통해 졸업 전에도 실무경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를 육성하는 전문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2010년에 문을 연 한국승강기대학교는 경남 거창군에 있는 ‘거창승강기밸리’를 거점으로 설립된 세계 유일의 승강기 특성화 정규대학이다. 이 학교는 특성화 대학답게 승강기공학부 단일 학과로 운영한다.
입학 뒤 1학년 때는 공통 과정을 배우고, 2학년에 올라가면 기업 맞춤형 반으로 나뉜다. 기업 맞춤형 반은 티센α반, 미쓰비시반, 쉰들러+반, 설치창업보육반 등이 있다. 기업 맞춤형 반은 2학년 초 선발 시부터 각 기업의 인사부서와 연계해 선발 자체를 기업과 학교가 함께하며, 취업 시 우선권을 부여받는다. 현대, 오티스, 티센, 승강기공단 등 승강기 관련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으로의 취업률도 50%에 이른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월 졸업자 취업률은 83.6%, 취업자의 90% 이상이 승강기 업계로 진출해 전공일치도가 매우 높다. 배운 것을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에는 72만6795대의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전세계 여덟번째로 큰 규모다. 해마다 4만~5만대가 설치돼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신규 시장이다. 초고층 건축 붐과 함께 정보기술(IT) 첨단융합산업으로 성장하는 승강기 업계. 이 현장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승강기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한국승강기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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