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학기 개학을 앞두고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언남초등학교에서 교실 책상 가림막을 설치하고 책상과 가림막을 소독액으로 닦는 방역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 학교는 새 학기 첫 주 학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시간대를 달리해 전교생이 순차 등교 수업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발생한 교육 공백을 메꿔줄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등교 확대’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가정폭력 취약 학생이나 필수근로자 자녀 등 등교가 가장 시급한 학생부터 ‘등교 우선순위’를 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23일 ‘코로나발 교육공백 복구 로드맵-미국의 코로나19 학습손실 측정 데이터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정책브리핑)를 발행하고, 코로나19로 발생한 교육 공백에 대응할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발생한 학력격차는 기존에 존재하던 학생들의 교육격차(gap) 위에 누적된 ‘학습결손(loss)’의 문제”라며, ‘코로나발 교육결손 세대’의 출현 가능성을 우려했다. 모든 학생들이 학교의 부재에 따라 결손을 겪는 데다 이에 따라 기존 격차까지 심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단지 뒤처지는 학생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반적인 결손을 메꾸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주장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미국 매킨지앤드컴퍼니 논문를 보면, 지난해 10월 미국 초등학생들은 예년에 견줘 ‘읽기’는 87%, ‘수학’은 67%만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1.5개월, 3개월에 해당하는 결손이며, 유색인종의 경우 결손이 더 컸다고 한다. 또 다른 매킨지앤드컴퍼니 논문은, 미국에서 올해 6월까지 학교 미등교가 지속될 경우 약 10개월치 학습 결손이 일어나지만, 전면 등교를 할 경우엔 5개월치 학습 결손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보고서 역시 ‘안정적인 등교 확대’를 주된 정책 방향으로 꼽고, “교사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는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학력 손실’의 범위를 넘어서는 학교의 빈 자리가 크게 나타났다. 원격수업으로 학습은 어느 정도 때울 수 있지만, 생활, 건강, 관계, 정서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학생을 보살피고 발달시키는 학교의 역량은 대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무엇보다 더 많은 등교일수를 확보하기 위해 “등교가 가장 필요한 학생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공간과 인력의 부족에 따라 등교수업이라는 자원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만약 등교가 시급한 학생들부터 등교할 수 있게 한다면,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급 규모를 줄여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모두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특수교육 대상 학생, 학습 공간·인터넷·기기 부족 학생, 다문화 학생, 가정폭력 취약 학생, 다자녀 학생 등을 1순위로, 필수근로자 및 교사 자녀, 재택근무 불가능한 맞벌이 가정 자녀, 가정 내 돌봐줄 어른이 없는 학생 등을 2순위로 분류해 등교 우선순위를 주는 것을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당국은 유치원생·초등 1·2학년·고등 3학년 등 일부 학년을 ‘우선 등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보고서 역시 “종합적으로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및 고교 3학년 학생, 중·고등학생 순서로 등교 우선순위가 고려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등교가 시급한 학생을 파악하고 원격수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학년별 우선순위뿐 아니라 학생별 우선순위를 줘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민주연구원 보고서에서 예시로 든 ‘등교가 시급한 학생 순서’ 갈무리. 출처는 Emma Dorn, Frédéric Panier, Nina Probst, & Jimmy Sarakatsannis (2020). Back to school: A framework for remote and hybrid learning amid COVID-19, Mckinsey & Company.
보고서는 ‘보상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등교수업의 결손을 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업일수나 시간을 늘리거나, 교육과정을 연기하거나 재배치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써서 결손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교육과정 자체가 나선형(학습의 누적)으로 설계됨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배우지 못한 학업 손실을 채워나가는 정책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텍사스 등 미국 일부 주에서는 기존 180일에서 210일로 학습시간을 연장을 계획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경우 초등학교의 학교운영 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행한 교육 관련 보고서에서도 “학습 공백을 진단하고 학습 손실에 대응한 보상 교육”이 주된 과제로 꼽힌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경아 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따라 나타난 교육 공백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지원하는 방식의 대책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다. 모든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경험한 공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메꿔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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