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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서재] “진심을 담아 쓴 글을 믿으세요”

등록 2021-02-01 17:06수정 2021-02-01 17:11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작가 김호연 인터뷰

노트에, 카카오톡에, 인스타그램에…우리는 늘 글을 쓴다. 하지만 정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먹고사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다. 오늘은 영화가 좋아 무작정 시나리오 막내 작가로 들어가 20년간 글밥을 먹고 사는 진짜 ‘글쟁이’가 풀어낸 ‘글 쓰는 방법’이 담긴 책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의 저자 김호연 작가를 만났다.
사진 제공 행성B출판사
사진 제공 행성B출판사

Q. 영화 시나리오부터 웹소설, 장편소설 등 다양한 글을 쓰십니다. 그런 중에도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집필해 스토리텔러가 되고 픈 이들을 위한 글쓰기 방법을 풀어주셨죠.

시나리오 작가로 20년, 소설가로 7년째 살고 있는 전업작가로서, 제 경험이 이 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년 작가생존기’를 정리해봤고요. 이 책을 읽고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지망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는 이겁니다. ‘글쓰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고, 열심히 하면 재미와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글을 쓰는 것이 곧 일인 ‘생계형 작가’라고 하시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면서 행복감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가장 행복할 때는 작품을 구상할 때, 그리고 작품을 마무리할 때입니다. 구상할 때는 이야기가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만들면서도 신기하고 설렙니다. 마무리할 때는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보며 결승점에 다 다른 마라토너의 심정이 되어 벅차오릅니다. 그 외의 나머지 과정은 다 힘듭니다.(웃음)

Q. ‘이 작가는 도대체 언제 데뷔할까!’라는 마음에 궁금해져 결국 한 권을 그 자리에서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임에도 지금껏 진득이 글을 쓸 수 있 었던 인내심과 끈기는 ‘청소년 김호연’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을 듯해요. 중고등학교 때 어떤 친구였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느 반에나 있는 소심하고 키 작은 범생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는 건 싫었지만 반항은 못 하고 꾹 참고 다녔죠. 그래서 공상이나 책 읽기에 빠진 것 같습니다. 교회를 다니며 ‘문학의 밤’ 같은 행사에서 극본도 쓰고, 연극 연출도 하고, 콩트도 쓰고 한 것이 제 작가 생활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 신분이라도, 소극적인 성격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몰두할 수 있는 게 어떤 건지 알아내고 시도하는 게 중요해요.

Q. 본문 속 시나리오 공모전 지원 전략을 읽다 보니 대학 입시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친구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중고등학생 친구들을 위한 글짓기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믿으세요. 글에는 진심을 담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마음을 솔직히, 잘 표현하면 됩니다. 잘 표현하려면 본인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먼저 ‘무엇’을 쓸 것인가(마음)를 생각하고 궁리하고, 다음은 ‘그것’(마음, 생각, 목표, 해프닝)에 대해 쓰세요.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보다 궁리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진심을 진심으로 살피면 쓸 거리가 많아질 것이고, 쓴다는 것은 그걸 빼놓지 않고 잘 타이핑하는 거랍니다.

Q. 2019년 출간한 SF 스릴러 <파우스터> 이후로는 어떤 신작을 준비 중이신가요?

신작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올해 3월 중 출간될 예정입니다.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와 같은 ‘동네 이야기’입니다. 힘든 시절에 미소 지으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마감 중입니다. 또,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한 <고스트 캅>은 여전히 영화로 준비 중이에요. 영화가 되는 과정은 참 멀고 험하지요.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저도 좋은 소식이 들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Q. 독자들 중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고픈 ‘문학청소년’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문학청소년이라니, 마치 희귀한 생명체의 이름 같아요. 제가 어릴 땐 다들 문학소년, 소녀들이었지만 요즘은 재미있는 게 참 많아서 문학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는데…. 먼저 반갑고 고맙습니다. 문학청소년들에게 드릴 말씀은 뻔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주세요. 그중에서도 소설을 많이 읽으세요(제 소설도!).

소설은 주인공의 인생을 대신 살고 엿보며 많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당장 우주비행사, 요리사, 베테랑 형사가 될 순 없지만 소설에서는 가능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등에 업혀, 세상과 사람의 면면을 탐험하며 여러분은 한층 성숙하고 세심한 인간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세계가 생길 것이고 그것에 대해 쓰고 싶은 날이 올 겁니다. 그렇게 작가가 되는 거예요.

사진 제공 김호연
사진 제공 김호연

김호연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고스트라이터즈>, <파우스터>를 썼고, 영화 <이중간첩>, <태양을 쏴라>의 시나리오, <남한산성>의 기획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CJ 오펜(O’ PEN) 시나리오 작가 지원,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 당선됐다. 시나리오 작가, 만화 스토리 작가, 퇴근 후 작가를 거쳐 전업작가로 거듭났으나, 여전히 영화가 되지 못한 시나리오, 당선되지 않은 이야기로 가득한 작가다.

글 전정아 · 사진 제공 행성B출판사, 김호연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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