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비대면 졸업식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입된 원격수업을 ‘미래교육’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기존 등교수업에 원격수업 등 새로운 도구들이 더해지면, 개별 학습자에게 맞춤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합친 ‘블렌디드’ 교육은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 등 다른 정책들과 연계돼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교사들은 원격수업의 장점을 발견해 하나둘씩 활용하는 모양새다. 실시간 강의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도록 녹화를 떠서 올려놓는다거나, 원격수업에서 데이터로 남은 기록들을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에 활용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보내는 피드백이 이전보다 늘어나서 좋다는 교사들도 있다. 김웅 신현고 교사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아마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등교수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교수업을 시작한 뒤 처음 실시한 평가 결과 평균 점수가 예년의 70%에 불과하다거나, 중위권 학생들의 분포가 크게 줄었다는 우려가 줄을 잇는다.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원격수업만 했을 때 전반적인 성취도가 떨어지고 등교수업이 이뤄지면 성취도가 올라가는 추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원격수업 활성화와 관계없이 “등교수업을 늘리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모든 학생이 등교해도 방역이 가능한 환경인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를 조성하라는 요구도 크다.
다만 기존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누적돼 있는 만큼, 좀더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교육학)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격차와 불평등의 수준이 그저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데 그칠 것”이라며 “잘하는 학생 위주로 수업을 이끌어가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성취도 기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을 학교로 따로 불러 일대일 지도를 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책임교육’의 부재를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도입됐지만 “단지 출석 일수만 채우면 졸업자격을 주는 ‘무책임 교육’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교사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지는 문제도 원격수업 이후 더 심각해졌다. 이비에스(EBS) 콘텐츠를 ‘링크’해주는 데에 그치는 교사가 있는 반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교사도 있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학교와 교사에 따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학교 내부에 교사들의 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고 교육청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향평준화’를 이끌어내는 등 학교 자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미래교육 전환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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