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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피할 수 없는 비대면 수업…이렇게 바뀌면 좋겠어요”

등록 2020-12-28 17:37수정 2021-08-06 12:19

학생기자들이 돌아본 ‘코로나 1년’

중·고등 학생기자 4명이 말하는
‘코로나 1년’ 학교 안팎 얘기
오랜만에 학교 가 친구 만나도
손 한번 잡는 게 조심스러워
온라인 출석 인정 기준 등
학교마다 공통된 매뉴얼 필요
‘구글’로 비대면 우정 나누기도
청소년 미디어 플랫폼 ‘미디어경청’에서 자신만의 기사와 칼럼으로 요즘 십대들의 생각과 생활 이모저모를 전해주는 학생기자들에게 ‘코로나 1년 동안의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박세빈(현암고2), 이경호(성보경영고 관광레저경영과3), 최서원(궁내중3), 김민주(평택여고2). 학생기자들이 돌아보는 학교 안팎에서의 1년은 어땠을까. 사진 각 학생 제공
청소년 미디어 플랫폼 ‘미디어경청’에서 자신만의 기사와 칼럼으로 요즘 십대들의 생각과 생활 이모저모를 전해주는 학생기자들에게 ‘코로나 1년 동안의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박세빈(현암고2), 이경호(성보경영고 관광레저경영과3), 최서원(궁내중3), 김민주(평택여고2). 학생기자들이 돌아보는 학교 안팎에서의 1년은 어땠을까. 사진 각 학생 제공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위가 ‘유튜버’인 시대. 여전히 글을 쓰고 타이핑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십대들이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청소년 미디어 플랫폼 ‘미디어경청’에서 자신만의 기사와 칼럼으로 요즘 십대들의 생각과 생활 이모저모를 전해주는 학생기자들에게 ‘코로나 1년 동안의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최서원(궁내중3), 이경호(성보경영고 관광레저경영과3), 박세빈(현암고2), 김민주(평택여고2) 학생기자들이 돌아보는 학교 안팎에서의 1년은 어땠을까.

코로나 시국’ 1년이 다 돼 간다. ‘확진자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등의 뉴스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서원 처음에는 무서웠다. 우리 동네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전에는 ‘설마 나는 안 걸리겠지’ 하던 생각이 ‘나도 걸릴 수 있겠구나’로 바뀌었다. 한편으로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뉴스에 면역이 생긴 것도 같다.

경호 이런 위기 속에서 개인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결국에 공동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이 그리울 때도 많지만, 되도록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민주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배웠는데 몇몇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동으로 엄청난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세빈 의료진과 더불어 코로나 환자의 물품을 폐기하시는 청소원분들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더라. 그 일을 하면서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지 않나. 내가 그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없어 슬프다.

도선고등학교의 한 과학 교사가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도선고등학교의 한 과학 교사가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무엇이 가장 크게 변했나?

경호 관계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대면 활동이 크게 감소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는 감정, 온기, 말이 사라져 버렸다.

서원 학교 수업 방식이 바뀌면서 생활 방식도 같이 바뀌었다.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자유로워진 만큼 많은 시간을 체계적으로 낭비 없이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세빈 너무 일상적인 거라 소중한지도 몰랐던 생활들이 그립다. 시험 끝난 뒤 코인노래방에 가거나 영화관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 큰 변화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시국을 맞이해 학교 현장도 변화가 컸다.

민주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인사를 나누는 방법도 달라져야 했다. 손 한 번 잡는 것도 서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경호 특성화고인 우리 학교의 특성상 직접 실습, 실기 제작을 해야 하는 수업이 많아 방역에 더더욱 힘써야 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의 ‘소회의실’ 기능을 통해 온라인 수업임에도 대면 수업과 비슷하게 수업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원 아침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마스크를 쓰고 일렬로 줄을 서서 등교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과 선생님들이 역할을 나눠 이른 시간부터 애를 써주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전국 중·고등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난 4월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국 중·고등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난 4월9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앞으로 온라인 학교 수업이 보편화할 것이다. 건의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세빈 온라인 클래스를 놓칠 경우 예외 없이 출석 미인정 처리를 하는 게 아쉽다. 자율적인 분위기로 온라인 클래스를 운영하고, 미인정 처리될 위험 없이 오로지 학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는 실수로 못 들었는데도 미인정 처리돼 대학 입학에 불이익이 있게 되는 반면, 다른 학교는 학생이 고의적으로 수업을 안 들어도 미인정 처리가 되지 않아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기도 하는 상황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어떤 선생님은 댓글을 달아야 인정하고, 어떤 선생님은 첨부파일 클릭만 하면 인정하는 등 모두 다른 방식의 출결 체크를 하고 있어서 친구들이 깜빡하고 못 하게 되면 수업 미인정 처리가 된다. 교육부는 반드시 전국의 고등학교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경호 내가 미디어경청에 썼던 기사 ‘원격수업,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를 참조해 말해보겠다. 원격수업이면서 오프라인 수업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실시간으로 수업하는 선생님들도 계신다. 이 경우, 아침 또는 수업 시간 전 쉬는 시간에 링크를 공지해주시면 좋겠다.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수업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어 학습 시간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라인 수업에서 사용할 자체 제작 자료는 미리 구글 클래스룸이나 이비에스(EBS) 온라인 클래스 등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 전 오늘의 수업 내용을 예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습에도 활용할 수 있어 학습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서원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온라인 클래스수업을 병행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수업의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학교 선생님들도 줌으로 수업하는 것은 오히려 온라인 클래스 수업보다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1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공부를 안 하려는 학생들은 아무리 ‘줌’ 수업을 하더라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민주 학기말에 시험 점수, 수행평가 점수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코로나19로 부득이하게 학교에 가지 못해 화상통화 프로그램의 채팅으로만 점수를 확인하는 일이 있었다. 한데 이 방법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이 일일이 학생들을 검색해서 점수를 입력하고 확인 답장을 받는 것은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많은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온라인 수업 장면.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온라인 수업 장면.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체육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민주 동영상을 보고 과제를 제출하거나 스트레칭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는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일년간 체육 수업을 이렇게 진행하면서 나의 운동신경과 체력이 약해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경호 체육 교과의 가장 큰 장점은 친구들과 육체적인 운동을 통해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체육 수업이 이론 위주의 수업으로 재편되고, 불가피하게 실기 수업을 할 때에는 2m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개별적으로 실기를 수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안인 신체 활동이 없다는 게 상당히 아쉬웠다.

세빈 학교 축구와 농구, 피구 반 대항전과 학년 대항전이 없어져서 많이 아쉽다.

자신이 쓴 기사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세빈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엔(n)번방’ 성착취 사건 등으로 연일 뉴스가 쏟아지던 때다. 성폭력의 맥락에서 동아시아권에서 발생하는 여성 성기 절제 사건이 생각나 칼럼을 썼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다문화주의까지 관심사가 넓어졌다.

경호 지난 8월에 쓴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특성화고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합니다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실습이 재밌어 보여서, 취업을 통해 돈을 빨리 벌고 싶어서, 내신 따기 쉬워 대학 잘 갈 것 같은 느낌에 특성화고에 진학하려는 친구들을 종종 보곤 했는데, 재학생으로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특성화고는 학과로 편성돼 있어 하나의 전공을 3년 동안 공부해야 한다. 해당 학과에 진짜 흥미와 관심이 없으면 학교생활을 하기가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제약이 있는 한 해였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호 전국 일주를 가고 싶었던 바람을 이루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고교 입학 때부터 고3인 해에 대학 입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전국 일주를 떠나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미뤄진 꿈이 됐다.

서원 온라인 클래스를 처음 시작했던 학기 초의 생활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 거의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학교에서 배워야 할 걸 모두 집에서 학습해야 했고, 시험 준비도 모두 집에서 해야 했다.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잘 길러진 학생이나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을지 모르는 긴 시간을 얼렁뚱땅 보내버린 것 같다. 학교 공부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취미 생활이나 외국어, 자격증 공부 등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흐트러진 생활 습관으로 한 학기를 거의 통째로 날려버린 것 같다.

2020년을 돌아봤을 때 즐거웠던 일이 있다면.

민주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인 1월에 친구들과 함께 마스크 없이 돌아다녔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세빈 올해는 학사 일정이 자주 바뀌어 혼란스러웠다. 온라인 수업과 시험공부, 그리고 입시를 슬슬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계속 독서실에만 있었던 것 같다. 미래의 언론인을 꿈꾸면서 하루의 유일한 낙이 뉴스를 챙겨 보는 것인데, 공부하며 틈틈이 사회 뉴스와 칼럼 등을 읽고 정리하는 게 즐거웠다.

경호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돼 기분이 좋다. 그 외에도 경기도학생참여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선발된 일, 성남몽실학교 학생자치회장이 된 일은 학교 밖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내면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서원 최근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됐다. ‘비대면 시대인 만큼 아침 일찍부터 구글 미트를 켜고 같이 공부한 뒤 일과에 대한 피드백도 온라인을 통해 나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는 일은 정말 기쁜 일 같다. 코로나 시국에 공부 습관뿐 아니라 생활 패턴을 공유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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