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가운데 62%가 연구원조차 없는 ‘유령 연구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학알리미(
academyinfo.go.kr)에 공시된 2019년 대학 부설 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를 보면, 교육부 소관 4년제 대학 187곳이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는 모두 514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당 평균 28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꼴이다. 이 가운데 국공립대 40곳이 보유한 연구소는 1481개, 사립대 147곳이 보유한 연구소는 3666개로 나타났다. 국공립대는 평균 37개, 사립대는 평균 25개인 셈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소들이 연구원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학술행사 실적도 없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1개당 평균 전임연구원(연구를 위해 채용한 전임 유급 연구원) 수는 1명도 채 되지 않는 0.8명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 연구소들의 경우 평균 전임연구원 수가 그나마 1.5명이었으나, 사립대의 경우엔 평균 0.6명에 불과해 여건이 더욱 열악했다. 전체 연구소 가운데 80.5%에는 전임연구원이 아예 없었다. 국공립대 연구소는 전체의 70.1%가, 사립대 연구소는 84.7%가 전임연구원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2019년에 국제·국내학술대회, 세미나, 전문가 초청 강연 등 학술행사를 개최한 횟수를 살펴보니, 전체 연구소의 평균 개최 횟수가 1.9회에 그쳤다. 국공립대는 2.7회, 사립대는 1.6회였다. 단 한 번도 행사를 개최하지 않은 연구소는 전체의 68.7%(국공립대 60%, 사립대 72.2%)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실적은 더욱 저조해, 1회 이상 국제학술대회를 연 연구소는 국공립대 10.2%, 사립대 5.4%에 불과했다.
전임연구원도 없고 학술행사 개최 실적도 없는, 사실상 ‘유령 연구소’와 다르지 않은 연구소는 모두 3171개로 전체의 61.6%에 달했다. 국공립대에서는 50.2%가, 사립대에서는 66.2% 연구소가 여기에 해당했다. 학술대회 개최 실적이 많은 대학 20곳에서 개최한 행사 개최 횟수가 전체의 64.2%에 달하는 등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이처럼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는 배경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는 “연구비 확보, 연구논문 발표수단 확보 등 연구 본연의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립대는 대학 자체 규정만 충족하면 연구소를 쉽게 설립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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