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돌봄전담사 1차 파업을 앞두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들은 초등돌봄 관련한 협상에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오는 23~24일 2차 돌봄파업을 벌일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돌봄전담사들이 2차 돌봄파업을 연기했지만, 초등학교 돌봄교실(초등돌봄)을 둘러싼 갈등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이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전일제 전환 등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초등돌봄의 책임 주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자체 이관’을 더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번주 진행될 협상에서 진전이 없으면, 오는 23~24일 2차 돌봄파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전국 초등돌봄 돌봄전담사 1만1859명 가운데 주 40시간(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 전일제 돌봄전담사는 1996명으로 16.8%에 그쳤다. 83.2%가 시간제로 근무하며, 주 20~25시간(하루 4~5시간)이 37.4%로, 주 30~35시간(하루 6~7시간)이 25.9%였다. 지역별로는 충북의 전일제 비중이 91.2%로 가장 높고 울산(54.7%), 인천(54.4%), 광주(52.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강원·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 8개 시도에는 전일제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많은 지역인 서울은 31.4%, 경기는 11.5%, 부산은 17.9% 등이었다.
‘상시 전일제 전환’은 돌봄전담사들의 핵심 요구다. 학교돌봄은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당시 돌봄전담사의 근무 형태는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전일제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돌봄교실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각 교육청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오후 돌봄교실 시간에만 일하면 된다는 논리로 시간제 채용을 늘려왔다. 2013년 감사원이 “온종일돌봄교실로 지정받고 실제로는 오후돌봄만 운영한 학교들은 돌봄전담사에게 인건비를 과다 지급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 이런 흐름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시간제 채용이 결과적으로 돌봄교실 확충과 서비스 질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 돌봄전담사들의 주장이다. 돌봄교실 운영시간과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이 같아지다 보니, 시간제로는 돌봄교실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 간식 준비, 뒷정리, 행정 업무 등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틈틈이 이런 업무들을 하거나, 출근 전후에 어쩔 수 없이 무급으로 초과 노동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교육당국은 돌봄만을 위한 ‘전용교실’을 확충하겠다고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정규수업 이후 일반 교실을 돌봄용으로 제공하는 ‘겸용교실’을 주로 활용한다. 전일제 전담사가 많지 않으므로, 학교 내 돌봄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운영하는 데 인색한 모양새다. 방학에는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없는 오전 동안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위해 단시간 자원봉사자를 따로 채용하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돌봄 선생님들이 오전에도 근무할 수 있어야 오후 돌봄교실에서 실시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미리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 시간제로는 돌봄의 전문성을 키우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 확대에 따르는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각 교육청들은 대체로 이 문제에 소극적이어서, 아직까지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교육청들은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문제보다도 온종일돌봄 특별법 제정을 통해 현행 학교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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