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왼쪽 세번째)이 학생들과 함께 웃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미래 사회가 주목하는 열쇳말은 능력이다. ‘가방끈’ 길이보다 중요한 게 ‘끈의 재질’이라는 이야기다. 학벌보다는 전문성이 핵심이다. 전문성은 끈의 재질에서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10.7%로 45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일이 없는 상태였다. 교육계에서는 ‘직업교육의 실패’라는 말도 나왔다. 대학 간판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에 치우친 결과, 직업·적성 고민을 이십대 후반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꽤나 매섭다.
지난 9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제20대 회장에 선출된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은 “고등교육제도를 학문 중심과 직업 중심으로 이분하고 적극 지원하면서 직업교육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입시철을 맞아 전국 134개 전문대학의 ‘컨트롤타워’를 이끄는 남 회장에게 ‘코로나 시대의 인재 양성과 전문대학의 역할’에 관해 물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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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전문대학을 들어봤지만 잘 모르기도 한다. 전문대학은 어떤 교육기관이며 그 역할은 무엇인가?
“전문대학은 1970년대 한국의 역동적인 산업발전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출발했다. 전문대학의 변함없는 목표이자 모토는 ‘산업현장과 긴밀하게 밀착된 실무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상봉 디자이너, 지소연 축구선수, 가수 임영웅씨 또한 전문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키웠다. ‘국민 엠시’ 유재석씨도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전문대학인이다. 무엇보다 최근 전문대학에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일반대학(4년제)에는 없는 전공을 찾아 지원하는 학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 밀레니엄 세대들이 소신 있게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는 변화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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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다. 전문대학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실습교육이 많은 전문대학에서는 실습은 대면 수업, 이론과 교양 과목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대교협 차원에서는 온라인 원격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교원들을 대상으로 원격연수를 강화했다.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현장실습 기준 완화 등을 위해 노력했다. 향후 전문대학은 현장실습 효과를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도록 실습 도구를 학생들 집으로 미리 보낸다거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전문대교협 제20대 회장에 선출된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은 “고등교육제도를 학문 중심과 직업 중심으로 이분하고 적극 지원하면서 직업교육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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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해선 고등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고등직업교육 강화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한국사회학> 2월호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생 중 저소득층 출신으로 상위소득자가 되는 데 성공하는 비율은 조사기간(2005~201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고, 저소득층에서 상위 소득에 진입한 전문대 출신의 상향 이동률은 3.4%였다. 이는 중하위권 4년제 사립대(2.9%)보다 높은 수치임이 분석됐다.
결국 전문대학의 특성화된 전공을 통해 전문직업인이 된 졸업생들이 이 사회의 상위소득자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의 건전한 성장과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2020년 전체 교육예산 중에서 평생직업교육 예산은 약 1조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직업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인데, 점차 심해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으로 평생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고등직업교육교부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가 재정 여건상 추가 재원 확보가 어렵다면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전체 교육예산을 사회적 역할과 필요에 따라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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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관점에서의 전문대학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인력 양성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제언을 듣고 싶다.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전문대학 50년간의 기본 모토이다. 우리는 그걸 잊은 적이 없고 그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다. 미스매치 관련한 교육계의 대표적 현상 중 하나인 ‘전문대학 유턴 현상’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일반대학 졸업 뒤 다시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하는 학생이 2019년 약 1500명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약 7300명이 입학했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대 유턴 입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취업난이 근본 원인이다. 한편으로는 늦게라도 자신의 꿈과 끼를 전문대학의 특성화된 전공에서 찾았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에 비해 산업체 연계 교육과정이 탄탄하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본다. 한편으로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 유턴하는 현상은 학력 중심 사회 속 교육 미스매치의 한 단면이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이제는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고 그렇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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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과 학사 관리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전문대교협은 교육부에 실습 기준 완화를 위한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고 국시 응시자와 졸업 예정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자 한다. 또 협의회 차원에서 온라인 연수 강의 콘텐츠 공급을 확대해 나가겠다. 실습 전공 교과목에 대한 다양한 온라인 강의 방법 적용 사례를 제공해 전문대학 온라인 강의의 질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우수한 외국 대학과 온라인 실시간 연수 체계를 구축해 선진국의 직업교육 우수 사례나 최신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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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생 선배이자 교육자로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 한해 우리 사회와 교육계는 너무나 큰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 수험생들에게는 모든 것에 미안한 마음만 들 뿐이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키워드는 학력이 아닌 능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학에 진학하길 바란다.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잘할 수 있는 분야나 전공을 선택해 이 사회의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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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김치라고 생각한다. 김치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중요성을 잊고 있지만, 모든 음식에 어울리고 없으면 어떤 음식을 먹어도 아쉽다. 또 세계 어디에 가도 찾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반찬이자 하나의 요리이며 음식이다. 전문대학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인재들을 배출해왔고 세계 속에서 활동하는 전문직업인들을 양성해왔다. 전문대학은 항아리에서 시원하게 익은, 깊고 풍부한 맛이 나는 김치다(웃음).”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