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24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 급식을 먹게 된 지 한달밖에 안 됐어요. 이제야 어떤 ‘기틀’이 잡혔다고 생각했는데, 이대로 이전처럼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24일 아침, 서울 지역에서 초등학교 1, 2학년 자매를 키우는 최아무개(37)씨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에 따라 이날 학교에 가지 않은 둘째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온라인 개학으로 친구들보다 ‘이비에스’(EBS)를 더 먼저 만났던 둘째는, 등교수업이 가능해진 뒤에도 줄곧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칭얼대곤 했다.
그러던 둘째가 학교생활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인 건 지난 10월부터였다. 거리두기 1단계 적용으로 수도권 학교 밀집도 기준이 ‘3분의 2’로 완화된데다 ‘초등학교 1학년 매일 등교’ 지침이 더해져, 아이가 날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에 익숙해졌다. 10월 말 서울시교육청 집계를 보면, 관내 602곳 초등학교 가운데 96%(578곳)가 ‘1학년 매일 등교’를 실시했다.
수도권 학교들에 이번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은, 잠깐 녹았던 날씨가 다시 얼어붙듯 등교 상황이 10월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3분의 1’로 강화된 학교 밀집도 기준을 준수해야 해서 학생들은 일주일에 두번꼴로 등교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면 학년이 이 상태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등교수업이 줄어드는 상황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다지만, 교육과 돌봄의 공백에 대한 답답함은 여전히 크다.
최씨는 “‘친구 한명만 이름을 알아오라’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던 아이가 날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 반가웠는데, 등교가 다시 뜸해지면 아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서울 지역 초등 1학년생 학부모인 강아무개씨는 “매일 등교가 가능해진 뒤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았었는데, 자칫 이런 부분까지도 이전으로 되돌아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한 대안이 마땅찮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 1학년 매일 등교’ 원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저학년에게 등교 기회를 많이 주자는 원칙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되도록 저학년 위주로 등교수업 일정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향으로 중·고등학교에선 등교수업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모든 고등학교가 26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데, 많은 학교가 이미 원격수업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모든 중학교에도 30일부터 수능이 끝날 때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23일 기준으로 학교에서 발생한 학생·교직원 확진자는 모두 20명으로, 보름 가까이 매일 두자릿수로 발생 중이다. 자가격리 조처를 받은 학생은 전체 5071명이고, 이 가운데 1159명이 고등학생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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