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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2년전 붕괴사고 상도유치원, ‘단설 재건축’ 물거품 되나

등록 2020-11-22 14:30수정 2020-11-23 02:30

소송 등 여러 난제 뒤섞여 병설유치원 등 제3의 대안 추진
학부모들 “당초 약속대로 단설유치원으로 지어달라” 청원
2018년 9월9일, 붕괴사고가 일어난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년 9월9일, 붕괴사고가 일어난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년 전 붕괴 사고를 겪었던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의 재건축이 계속 미뤄지면서, 교육당국이 당초 발표한 단설유치원 대신 유휴부지가 있는 학교에 병설유치원을 설립하는 등 제3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약속대로 단설유치원으로 다시 지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울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한겨레>에 “소송 등 여러가지 사안이 맞물려 상도유치원 재건축 일정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 기존 부지에 다시 짓는 재건축 뿐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 유휴부지를 활용하거나 재개발 지역의 부지를 활용하는 등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작구 유일의 공립 단설유치원인 상도유치원은 지난 2018년 9월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진 데 영향을 받아 2개 동 가운데 하나가 심하게 기울어지는 붕괴 사고를 겪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폐원이 예고된 인근 사립유치원을 3년 동안 임차해 130명가량의 원아들을 임시로 가르치기로 하고, 기존 부지에 상도유치원을 다시 지어 2022년 3월부터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잔존 건물의 철거가 지난 8월에야 끝나는 등 재건축 일정이 이미 크게 지연된 상황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적어도 내년 초에 삽을 떠야 하는데, 내년 예산안에 재건축 관련 예산도 잡히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사고를 유발한 다세대주택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아홉 차례에 걸쳐 심의를 진행하면서도 판결이 나지 않는 등 법정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판결이 당장 난다 하더라도 곧바로 재건축을 시작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붕괴 당시 지반이 크게 유실되어, 이를 복구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보통 설계에 1년, 건축에 2년 정도 드는데, 여기에 부지 복구와 행정 절차 등이 더해지면 최소 몇 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붕괴사고 뒤인 2018년 9월19일, 서울상도유치원 원아들이 임시로 상도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실로 등교하고 있는 모습.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붕괴사고 뒤인 2018년 9월19일, 서울상도유치원 원아들이 임시로 상도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실로 등교하고 있는 모습.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이 때문에 교육당국은 ‘기존 부지에 재건축’이 아닌 대안도 알아보고 있다. 동작구 관내 학교들 가운데 유휴부지가 있는 학교에 병설유치원을 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관내 재개발 지역 가운데 유치원을 필수로 설립해야 하는 지역을 찾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안들 역시 아직 가시화된 바가 없다. 교육지원청은 “여러가지 대안을 모두 알아보고 있어서, 추진 방향과 일정 등을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약속대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을 거라 믿고 있던 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하고선 큰 혼란에 빠졌다. 최근 ‘처음학교로’에서 유치원 지원도 시작됐는데, 앞으로 2~3년 동안 어떻게 될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현재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유치원 임차 시기도 내년 말로 끝난다.

게다가 병설유치원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동작구에 유일했던 공립 단설유치원이 사라지는 결과가 된다. 단설유치원은 독립된 건물을 쓰고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육 공무원이 원장을 맡는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예컨대 병설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비율은 전국적으로 10%에 불과하지만, 단설유치원은 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단설유치원 대신 병설유치원을 세우는 것은 유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약속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기준으로 서울 지역 공립 유치원 239곳 가운데 단설유치원은 30곳에 불과하다. 상도유치원의 한 학부모는 지난 11일 “공립 단설유치원 재건축을 약속대로 이행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내기도 했다.

붕괴사고 당시 첫째 아이를 상도유치원에 보내고 있었고 현재 둘째를 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예전 환경대로 복구해달라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는 우리 지역에서 앞으로 유치원에 들어갈 아이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처”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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