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릴까?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하루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무려 43만 톤이 넘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일상을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가운데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결사로 떠오른 직업이 있다. 기업의 제품개발과 생산, 폐기까지 모든 친환경 전략을 세우는 사람, 제품환경컨설턴트를 소개한다.
친환경 시대, 기업과 소비자의 연결고리
제품환경컨설턴트라는 직업은 ‘환경규제’라는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기업별로 탄소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는 제도), 화학물질 규제와 같은 정책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제품환경컨설턴트는 개발부서와 협의해 상품기획, 제품설계, 디자인, 생산, 마케팅, 폐기와 회수 등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따라 일종의 ‘환경컨설팅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에코디자인을 적용한 친환경 기술과 재활용 혹은 새활용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최근에는 저탄소 관련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제품환경컨설턴트가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평가하는 업무가 중요해졌다. 지속가능경영 및 환경 관련 컨설팅업체, 기업의 환경제품 부서에서 활동하는 제품환경컨설턴트는 때때로 변화하는 환경 이슈에 대응해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내야 하기 때문에 기획력과 의사소통능력이 필요하다.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담다
2008년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 디자인 기업으로 설립된 ‘터치포굿’은 기업의 제품환경컨설팅과 업사이클링을 돕는 ‘리싱크 솔루션’을 펼치고 있다. ‘recycle’과 ‘syncronization’의 합성어인 리싱크 솔루션은 한마디로 버리는 사람과 재활용하는 사람을 일치시켜 ‘싱크’를 맞춘다는 뜻이다. 이들은 기업과 협약을 맺고, 해당 기업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직접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획을 한다. 버리긴 아깝고 대안은 없던, 버려지는 자원들을 업사이클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먼저, 기업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예를 들어 한 화장품 회사는 공병으로 제작되는 플라스틱을 엄청난 양으로 생산하며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고 프로젝트의 규모를 파악한다. 다음으로 문제점의 물성을 파악한다. 버려지는 공병의 소재, 색상, 무게 등 다양한 특성을 점검하고 재성형이 가능한 소재인지, 아니면 병 자체를 업사이클해야 하는지를 연구한다. 이후에는 업사이클을 위한 캠페인을 구상한다. 소비자가 공병을 가져오면 리워드(보상)를 주는 식으로 폐기물을 수집한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기업과 의논하며 업사이클 제품을 제작한다. 파악된 물성과 수집된 공병을 파쇄하고 재성형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한다. 이러한 제품환경컨설팅의 과정을 통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고, 이익활동의 일부가 사회공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스토리텔링을 입고 다시 태어난 새활용 제품이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 제품환경컨설턴트가 말하는 직업이야기
“버려진 자원의 업사이클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터치포굿은 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이들은 국내 1세대 업사이클 창업의 대표주자로 출발한 덕에 업계의 유명한 ‘산업 쓰레기 과외 선생님’으로 이름을 알렸다. 기업과 기관에게 맞춤형 친환경 컨설팅을 제공하는 ‘리싱크 솔루션’을 일찌감치 업으로 삼은 것. 함께 좋은 환경을 만들며 새활용 시대를 이끌어가는 박미현 대표를 찾았다.
터치포굿의 대표적인 ‘리싱크 솔루션’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오년의 약속’ 프로젝트가 먼저 떠오르네요. 선거철마다 각 후보와 정당에서 무수히 많은 현수막이 생산되고 버려집니다. 이것들을 소각할 때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저희는 선거 현수막을 활용해 에코백으로 업사이클링하며 환경 보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에코백 내부 주머니에는 후보의 공약을 기록해, 이용자들이 가방을 쓸 때마다 공약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죠.
환경을 지키면서도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효과가 있군요.
많은 기업에서 리싱크 솔루션을 위해 찾아오세요. ‘ㅅ’ 백화점의 뷰티 편집숍에서는 유통기한이 다한 립스틱을 수거해서 색이 아주 예쁜 크레용으로 업사이클링하고, 이를 컬러링 동화책과 함께 기부했답니다. 대기업 ‘ㅇ’의 경우 소비자가 다 쓴 화장품을 매장에 가져오면, 플라스틱 용기를 줄넘기와 훌라후프로 새활용했고요. ‘피부를 건강하게 했던 화장품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한다’라는 취지의 캠페인이었죠. 최근에는 건설회사와 함께 역대 가장 거대한 크기의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했는데요.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의 버려지는 자원을 수집해서 모델하우스 인테리어와 테이블 등을 만들었어요. 특히 많은 벽돌을 주워서 그 안에 주소를 적어 넣고 ‘기억의 벽’을 만든 활동이 재미있었어요. (웃음)
2017년 대선 당시 현수막을 에코백으로 업사이클링한 ‘오년의 약속’ 프로젝트.
기발하고 의미 있는 아이디어가 많네요. 평소 업사이클링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들이 버려지는지에 대해 항상 관심을 두고 있어요. 업사이클을 할 때는 또다시 버리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해요. 사람을 알아야 제품도 기획할 수 있어요. 또, 새활용 소재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자원이어야 하고요, 인간에게 해로운 물질이면 적합하지 않아요.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테스트합니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직면할 미래에 이 직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 곧 ‘글로벌업사이클네트워크’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다면 누군가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다른 누군가는 새활용 소재를 공급하고 유통하는 전문가가 되겠죠? 제품환경컨설턴트 분야에서도 지금보다 체계화된 역할분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터치포굿은 ‘ㅅ’ 백화점 뷰티 편집숍의 리싱크 솔루션을 통해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는 립스틱을 받아 아동 미술치료에 사용되는 크레파스를 만들었다.
앞으로 이 직업에 관심을 가질 청소년들이 늘어나겠는데요. 끝으로 한말씀 부탁드려요.
환경운동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자원을 소비하지 않거나, 조금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작은 행동에서 출발할 수 있죠. 터치포굿에서는 올해 업사이클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소재와 기계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니 언제든 방문해주세요. 믿음직스러운 미래 세대의 무한한 상상력을 응원합니다!
■ 더 나은 쓰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터치포굿’의 다섯 가지 이야기
1. 업사이클 디자인
버려진 자원에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한 제품을 만든다. 현수막, 지하철광고판, 군용낙하산까지 500여 가지 재료를 기반으로 패션 소품을 디자인한다. 경제성을 고려해 구매력 있는 제품을 기획하는 것이 핵심이다.
2. 리싱크 솔루션
기업이 자신들의 산업에서 발생하는 필수 폐기물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3. 도시형 환경교육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도시는 환경오염 수준이 더욱 높다. 어쩌면 당연한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도시의 자원을 통해 도시의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마음을 움직인다.
4. 업사이클 연구소
터치포굿은 90여 종의 활용 가능한 소재를 발굴하고 가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5년 국내 첫 업사이클 연구소를 열었다. 업사이클 산업의 캠페인을 기획하고, 협약을 맺으며, 아카데미 운영과 같은 지속적인 연구와 활동을 전개한다.
5. 프리사이클
모든 과정에 앞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precycle’ 사업이다. 리필스테이션에 다 쓴 용기를 가져오면 빨래 세제 제품의 내용물만 가져가도록 하여 플라스틱을 아끼는 습관을 만든다. 자투리 천을 이용한 마스크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터치포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