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어교원의 사회적 지위 보장·처우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어교원 조합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지원한 외국인이 37만명에 이릅니다. 정부는 해마다 ‘한국어 세계화’ 계획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에서 일하는지 아십니까?”
574돌 한글날을 앞둔 8일 오전,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대학 부설 어학당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국어교원들이 모였다. 케이팝·한류 등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어교원은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일을 하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국어교원은 국어기본법에 그 자격요건과 기준을 명시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심사를 통해 자격증을 발급한다. 하지만 이들의 절대다수는 대학의 한국어교육기관에서 일하면서도 ‘교육과정’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난해 시행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 때문에 한국어교원들은 학기마다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고용 불안, 낮은 보수, 4대 보험이나 퇴직금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여영국 당시 정의당 의원이 대학 110곳의 한국어교원 1998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선, 연봉으로 환산한 급여가 1천만원이 못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한국어교원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해석을 내놓아, 2년 이상 일한 한국어교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길은 열렸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대여섯곳에서 한국어교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립대인 강원대에서 계약만료에 따른 해고와 징계로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기간제법의 적용만 받을 경우, 강의를 하는 교원으로서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2년마다 해고가 일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들이 “대학에 적을 두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도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이어야 한다”며 명확한 법적 지위 보장을 주장하는 이유다.
강원대에서 한국어교원으로 일하는 최혜영씨는 “한국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우리는 특별한 존재인데, 현실은 너무 초라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와 존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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