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들에게 교비를 들여 순금·상품권 등을 사줬다가 교육부 회계감사에서 지적받았던 고려대학교가 그 뒤로도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순금이나 상품권을 사준 것으로 나타났다. 보직교수 등 교직원 13명이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서 3년 동안 법인카드로 6693만원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24일 교육부는 올해 초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고려대학교)을 대상으로 벌인 종합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개교 뒤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은 적 없는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연세대와 홍익대에 이어 이번에 고려대 감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는 지난 2018년 교육부 회계부문 감사에서 구체적인 집행기준 없이 교비로 순금·상품권을 사서 교직원에게 준 것이 드러나 기관경고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그 뒤인 2019년 2월부터 5월 사이에도 13개 부서에서 교직원 22명에게 ‘퇴직자 전별금’, ‘보직자 임기만료’ 등의 명목으로 1989만원 어치의 순금과 상품권을 사준 사실이 이번 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교육부는 관련자 4명을 경징계 처분했다.
보직을 맡았던 ㄱ교수 등 13명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 소재 유흥업소에서 221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6693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42차례에 해당하는 2625만원은, 같은 시간대에 쓴 돈인데도 교내연구비카드와 행정용카드를 번갈아 결제하는 방식으로 분할 결제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관련자 12명을 중징계, 1명을 경고 처분하고, 학교법인에 사용액 전부를 되돌려받으라고 주문했다. 앞선 2018년 회계감사에서도 고려대 부속병원 소속 교직원 13명이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631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고려대학교 의료원은 2016~2019년 사이 14개 직종에 대해 94차례 정규직 채용을 실시하며, 학원의 수능배치표를 참고한 대학순위표를 만들어 지원자 649명을 출신대학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26~30점씩 차등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정규직 공채부터는 출신대학에 따라 주는 배점을 32~40점으로 더욱 늘리고, 학점 항목에서도 출신대학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했다. 이는 고용정책기본법 등에서 규정하는 ‘균등한 취업기회 보장’에 어긋나는 조처다. 연세대학교 의료원도 직원 채용 때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을 둬, 지난번 종합감사에서 지적받은 바 있다.
부당한 방식으로 체육특기자를 선발한 것도 적발됐다. 고려대는 2018~2020학년도 신입생 선발에서 럭비 등 5개 종목에서 체육특기자를 뽑으면서, 애초 1단계 서류평가에서 3.9배수 안팎을 뽑도록 한 지침을 어기고 4배수 이상인 42명을 뽑았다. 그 결과 추가 선발자 가운데 5명이 최종 합격했고, 대신 1단계 최고점수였던 수험생 등 3배수에 들었던 5명은 최종 탈락했다. 교육부는 관련자 1명에 경징계, 2명에 경고 처분을 하는 한편, 교수 6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밖에 2017~2020년 대학원 입학전형을 실시하며 전형위원 개인별 평점표 등 자료를 보존하지 않아, 교육부는 관련자 12명에게 중징계 등의 처분을 내리고, 6명에 대해선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리베이트’ 수수로 보건복지부에서 의사 자격을 정지당한 의과대학 교수에 대해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고 ‘경고’ 처분만 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6년 1학기~2019년 2학기에 전임교원을 채용하면서 지원자의 석·박사 학위과정 지도교수였던 43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사실 등도 밝혀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