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대학 관련 단체들이 교육부의 원격수업 전면 확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학에서 원격교육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에 교수·교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고등교육을 망치는 졸속 정책”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러 대학 관련 단체들이 모인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즉시 철회하고 대학 구성원들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주장했다. 올해 1학기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여러 대학들은 계획에도 없던 원격수업을 실시했고, 2학기 역시 원격수업이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9일 일반대학에서 전체 학점의 20%만 원격수업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던 기준을 없애는 등 아예 “원격수업을 ‘뉴노멀’로 삼겠다”는 내용의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이것이 “고등교육 생태계를 뒤흔드는 최악의 정책”이며, “대학 재단들과 정보통신업체의 사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밀실에서 논의됐다”고 비판했다. 원격수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한 것인데, 이를 빌미로 삼아 대학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엄청난 고등교육 재원을 투여해 아직도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최소화하고 교원을 충분히 확충하는 방식의 교육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통신망 좀 더 마련하고 그럴싸한 소프트웨어 몇 개 더 사용한다고 고등교육이 잘 되고 학문 성숙이 된다면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의 질 확보와 학문 성숙을 이뤄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와 같은 제도와 기술 및 지원 인력이 고등교육 혁신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부 안대로 원격수업 관련 제한을 풀고 원격수업으로 학위까지 줄 수 있게 하면, 미국의 영리대학처럼 교육보다 이윤과 비용을 앞세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정환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교육학술위원장은 “지난 1학기 어쩔 수 없이 실시하게 된 원격수업에 학생, 교직원, 교수 등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유독 교육부만이 원격수업으로 학위 장사까지 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욱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은 “원격수업 전면화는 대학 교육의 큰 판을 뒤흔드는 정책인데, 일부 총장들만 참여하는 밀실에서 만들어진 데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이 대형-원격강의를 마구잡이로 늘렸을 때 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원격강의 확대를 핑계로 교강사 채용을 감축할 경우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대학 등록금 산정 기준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설명이 없다”며, “정부는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철회하고 대학 구성원들과 원점에서 올바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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