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는 정부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만드는 광고이므로, 그 내용 못지않게 사용하는 언어도 쉽고 바르고 품격 있는 공공언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한겨레>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연재를 시작한 지 벌써 넉달째를 맞았습니다.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박물관 취재가 어려워 이번 호부터는 4회에 걸쳐 ‘공익광고 속 우리말’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인식을 고양하는 데 앞장서온 공익광고, 그 공익광고도 공공기관에서 만들기 때문에 쉽고 바르고 품격 있는 공공언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익광고에서 우리말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며, 쉬운 우리말 쓰기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물관에서 쓰는 말 이야기는 박물관을 자유롭게 갈 수 있을 때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출근 또는 외출할 때 꼭 챙기는 것이 있다. 휴대전화, 지갑, 열쇠, 이어폰. 다른 건 몰라도 이 중 한 가지라도 없으면 다시 집에 돌아가 챙겨 나온다.
올해부터 한 가지 더해졌는데, 마스크다. 국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잘 쓴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대유행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적은 것이겠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지만, 감기와 황사·미세먼지의 공격에서 내 몸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패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그 마스크의 중요함을 다룬 공익광고가 있는데, 그 문장이 이러하다.
* 공익광고: 마스크로 안 아픈 예방접종하세요
독감,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각종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전염됩니다 마스크 착용은 이러한 전염을 예방해주는 또 하나의 예방주사입니다 -2015년 인쇄광고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전염됩니다”라는 문장에서 갸웃하게 된다. 이 문장은 기침이나 재채기의 주체가 나는 아니고 남이라는 것인데, 누가 한 것이든 기침과 재채기로 전염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마스크는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감염되는 것을 막으려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는) 내가 의도치 않게 남을 감염시킬까 봐 쓰는 것이기도 하다.
영어를 직역한 듯한 이 어색한 문장은 읽는 순간 뜻이 바로 전달되어야 하는 광고문(카피)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 “타인으로부터”라는 말을 빼면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됩니다’가 된다. 훨씬 간결하고 뜻도 잘 통한다.
그런데 바로 아래 문장에 ‘전염’이 또 나온다. 말을 아끼고 아껴야 하는 광고문에서, 꼭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말을 두 번 쓰는 것은 낭비다. 이어지는 문장이 “마스크 착용은 ~ 예방주사입니다”인데, 이 문장에도 ‘예방’이 두 번 나온다. 군더더기를 빼고 전체를 다듬어 다시 써보았다.
“독감, 신종플루, 메르스 등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널리 퍼집니다 마스크 쓰기는 이러한 전염을 막아주는 또 하나의 예방주사입니다”
* 공익광고: “엄마! 학교 앞에 놀이공원 있어!”
아이들에게 해로운 환경이 될 수 있는 상업 시설은 아이들로부터 보다 먼 곳에 만들어주세요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합니다 -2019년 인쇄광고
“아이들로부터”,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으)로부터’는 영어 ‘from’에서 온 말이다. 입에 좀처럼 붙지 않는 이 말을 빼고,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정도로 쓰면 좋겠다.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도 영어를 직역한 듯한 어색한 말투다. “보다”는 ‘형보다 동생이 많이 먹는다’ 같은 문장에서 쓴 비교격 조사가 아니라 ‘더’라는 뜻을 가진 부사로 쓰였다. 이는 일본말의 영향이다.
외래어도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주는 말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인데, 이런 식으로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이 광고문을 자연스러운 우리 말법에 따라 고쳐보았다.
“아이들에게 해로울 수 있는 상업 시설은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주세요 아이들은 유해환경 없는 곳에서 건강하게 자라야 합니다”
상업 광고의 목적은 상품을 사람들의 눈과 귀와 마음에 강렬하게 남겨 더 잘 팔리게 하는 데 있으므로,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데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공익광고는 정부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만드는 광고이므로, 그 내용 못지않게 사용하는 언어도 쉽고 바르고 품격 있는 공공언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의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온 공익광고가 바른 우리말을 사용해 가치 있는 주제를 더 빛낼 수 있기를 바란다.
신정숙 교열부 기자
bom1@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분원) 부교수 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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